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유물과의 대화

서산마애 삼존불상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2. 19. 23:35

 

과거·현재·미래 공존하는 신비의 미소

[중앙일보] 입력 2013.02.19 00:37 / 수정 2013.02.19 00:37

[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방글방글 부처님 세 분이 마치 합창이나 하듯이 함께 웃고 계신다. 서산 산중턱에 동향을 하고 서 있는데 아침에 해가 뜰 때는 더 볼이 터져 나갈 듯한 함박웃음을 짓는다. 보는 각도와 조명에 따라서 조금씩 미소의 차이는 있어도 하루 종일 웃고 지금까지 1400년을 그 자리에 서서 변치 않는 미소로 우리들을 맞이하고 있다.

 7세기 초 백제시대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시절이면 백제가 기울어져 가던 때였다. 한성에서 공주로, 다시 부여로 밀려오면서도 재기의 희망을 잃지 말라는 평화의 미소, 백제의 미소다. 두꺼운 화강암을 조각해 아름다운 미소의 부처님을 세운 이름 모를 석공의 마음이 좌절하고 분노했더라면 이렇게 오늘날에도 다가서면 마음의 영원한 안식을 주는 따뜻한 미소를 전할 수가 없다. 바로 서해안으로 가는 길목 산중턱에 서서 서해안을 건너가려는 길손에게는 잘 다녀오라는 평안의 미소로, 서해안을 건너온 손님에게는 잘 왔다는 환영의 미소로 화답하는 마음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국보 제84호 ‘서산마애 삼존불상’. [문화재청 홈페이지]
  가운데 부처님은 꽃잎이 탐스러운 연꽃대좌에 늠름히 서서 한없이 너그럽고 온화한 미소를 띠면서 산자락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왼쪽 보살은 키가 자그마한데 두 손을 가슴에 모아 약함 같은 물건을 쥐고 있다. 가늘게 뜬 작은 눈과 도톰한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오른쪽 보살은 왼쪽으로 고개를 갸웃이 기울이면서 손가락을 볼에 찍고 있는 귀엽게 웃는 모습이다.

  흔히 알려지기로는 가운데 계시는 부처님이 현재불인 석가모니불, 왼쪽의 부처님은 과거불인 제화갈라보살, 오른쪽의 부처님은 미래불인 미륵반가사유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어제가 있고 앞으로 걸어갈 내일이 있다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존의 지혜가 시공을 초월해 담겨져 있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신비의 미소다. 우리 조상들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항상 꿈과 희망을 접지 않는 인내와 끈기의 DNA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내일의 후손들에게 전해 주어야 한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