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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모래를 쌓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6. 20. 00:33

모래를 쌓다 / 나호열

 


길지 않은 생을
모래만 푸다 말 것 같다

모래를 푸다 배운 것은
모래가 되기도 쉽지 않다는 것과
모래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살아온 시간 보다 더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하염없이 모래를 푸고 나르는 일이
빛나는 일은 아니지만
하염없이 그 누군가의 몸 속에 들어가서
튼튼한 기둥, 그 기둥 속에 숨은
내력이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모래는 기쁘게 자기 몸을 던진다
자기 마음을 숨긴다

모래를 푸고 나르고 쌓는 일도
경전을 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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