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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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길을 찾아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6. 23. 00:21

길을 찾아서/ 나호열

 


옷고름 여미듯이 문을 하나씩 닫으며
내가 들어선 곳은 어디인가
은밀하게 노을이 내려앉던 들판 어디쯤인가
꿈 밖에 떨어져 있던 날개의 털
길 모퉁이를 돌아 더러운 벤치에
어제의 신문을 깔고 누운 사람이여
어두운 계단을 점자를 읽듯이 내려가며
세상 밖으로 쫓기듯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 밖에도 세상이 있으니 이 얼마나 낯선 풍경인가

 

그저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
응달진 숲의 낮은 곳을 익숙하게 오가는 다람쥐들
맹목의 긴 행렬을 이루며 땅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말없음표의 개미들
한번도 똑같은 길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들과의 짧은 눈맞춤 
그들과 눈 맞춘 그 길 일장춘몽이다
길은 아무는 상처와도 같다 아물면서 기억을 남기는 길
상처가 없는 그들은 매일 새로운 길을 만들고 버린다

 

저, 비어 있는 유모차
물끄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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