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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법 제 14강 시의 제목 붙이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8. 1. 21:50

 

시작법 제 14강 시의 제목 붙이기 (1)

 

Ⅰ. 제목의 중요성

 

1. 시는 제목이 반이다

2. 잘못된 제목은 시의 의미를 절감시키고, 평면적 내용과 긴장감을 상실하게 만들고

시의 극적 구조를 허물어뜨린다.

3. 모든 시는 극적 구조를 내포하며, 이런 의미에서 시는 작은 희곡이다.(브룩스와 워렌)

 

Ⅱ. 좋은 제목의 조건

 

1. 시 내용과의 조화와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 시의 주제, 의미, 정서 분위기, 이미지들과 부합되어야 한다.

* 윤동주의 「자화상」- 외딴 우물, 한 사나이, 응시, 우물 속에 비친 모습...

 

2. 제목은 새롭고 참신한 것으로 독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환기시켜야 한다.

 

* 무디어진 감각 경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참신성

* 정호승의 「누더기별」, 조태일의 「식칼론」

 

3. 제목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상상력을 발동시켜야 한다.

 

* 제목을 보는 순간 궁금증과 기대를 유발하여야 한다.

*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4. 시의 제목은 추상적이고 한정범위가 넓은 것보다 구체적인 것이 좋다.

 

* 구체적인 것이 경험감각에 쉽게,빠르게 전달된다.

* 응집성과 의식의 초점화가 이루어진다

* 김정환의 「純金의 기억」

* 막이 오르기 전 무대의 반투명 장막- 임보

 

5. 제목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증폭시켜 주는 것이어야 한다.

 

* 제목이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는 경우 독자들은 여백의 의미를 즐길 수 있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Ⅲ. 제목 붙이는 방법

 

1. 중심 소재의 제목화

 

* 일반적이고 습작기의 방법

* 중심 소재가 시 전체에 무르녹아 의미를 확산시켜야 한다. ↔ 단일, 평면적

 

2. 주제의 제목화

 

* 대체로 이 경우 관념어(추상어)가 제목이 된다

*

3. 시의 첫 행이나 마지막 행을 제목으로 내세운다

 

* 진술형, <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 , <나는 나에게로 돌아간다>

* 강조의 효과가 있다.

 

4. 모티프 motif 話素의 제목화

 

* 모티프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의 알맹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동일한, 또는 유사한

낱말, 문구 내용을 말한다.

 

예) 이별한 님, 서양동화의 요술할멈, 마녀, 미녀, 두견, 소쩍새, 까치, 까마귀

 

* 시의 내용을 독자들이 알고 있어 공통적인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 문병란의 「직녀에게」

 

5. 중심 이미지의 제목화

 

* 시의 내용이 환기하는 중심 이미지를 제목으로 삼는다

* 오규원의 「들찔레와 향기」

 

사내애와 계집애가 둘이 마주 보고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고 있다

오줌 줄기가 발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서로 오줌이 나오는 구멍을 보며

눈을 껌벅거린다 그래도 바람은 사내애와

계집애 사이 강물 소리를 내려놓고 간다

하늘 한켠에는 낮달이 버려져 있고

들찔레 덩굴이 강아지처럼

땅바닥을 헤집고 있는 강변

플라스틱 트럭으로 흙을 나르며 놀던

 

6. 주제를 내포한 구절의 제목화

 

7. 시의 대상과 연관성이 없는 낱말의 제목화

 

* 절대적인 이미지만이 존재하는 무의미 시

* 제목 또한 의미가 없다

* 김춘수의 「리듬 Ⅱ」

 

모과는 없고

모과나무만 서 있다,

마지막 한 잎

강아지풀도 시들고

하늘 끝까지 저녁 노을이 깔리고 있다.

하느님이 한 분

하느님이 또 한 분

이번에는 동쪽 하늘을 가고 있다.

 

8. 제목을 달지 않는 경우

 

* 무제

* 제목을 붙일 필요성이 없거나 제목이 마땅하지 않은 경우

 

 

 

 

 

 

시작법 제 14강 시의 제목 붙이기 (2)

 

Ⅳ. 제목 붙이기 실습

 

1. 예문 시

 

꽃 한송이 꺾어 손에 꽉 쥐어도 보았다.

내 속의 낟가리들 까맣게 불도 질러 보았다.

내 집 벽을 지키는 저 무명화가의 사과 정물처럼

나는 이제 그 누군가의 꽃그늘로 사는 거다

화면 속 작은 한 장면으로 남는 거다.

카메라의 눈 속으로 집중하는 사진사에게

거리의 풍경들은 조각조각 몸을 나눈다.

어차피 삶이란 키 높이에 걸려 있는

낮은 하늘이 아니었던가.

 

다리 저는 할머니 한 분이 애기를 업고 나와

행길 가에 서성이고 있습니다

 

곧 들판이 캄캄해질 것 같습니다.

 

내가 언제

한 번이라도 순교한 적이 있었던가

목울대가 넘치도록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이토록 빼곡히

자잘한 상처만 보듬어 왔으니

 

내 한번도

고개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어머니는 가슴을 앓으셨다

말씀 대신 가슴에서 못을 뽑아

방랑을 꿈꾸는 나의 옷자락에

다칠세라 여리게 박아 주셨다

(멀리는 가지 말아라)

말뚝이 되어 늘 그 자리에서

오오래 서 있던 어머니,

 

나는 이제 바람이 되었다

함부로 촛불도 꺼뜨리고

쉽게 마음을 조각내는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

칼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서

길 잃은 바람이 되었다

어머니.

 

스무 해 전에 보낸 편지에

스무 해 지나 메일로 답이 왔다

 

알 수 없는 일, 겨우겨우

가는 목숨을 어찌어찌 이어오던 난 화분에

꽃이 달렸다

 

모든 목숨은 물같은 그리움이거나

빈 집을 흐르는 울림이거나

상처의 흔적이거나

 

2. 예문 시 분석

 

① 이시영 「십일월」

② 손현숙 「엑스트라」

③ 이홍섭 「해바라기」

④ 나호열 「칼과 집」

⑤ 정한용 「적멸」

 

1) 「십일월」,「엑스트라」,「해바라기」:

시적 대상이면서 시의 내용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배경(정황), 비유, 특성 등이 드러난다

--------------------------------------------------------------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나, 시의 격조와 긴장을 높인다.

 

2) 「칼과 집」

 

중요 대상이면서 대표성을 지닌다.

---------------------------

두 가지가 등가의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목도 병렬 구조이다

 

3) 「적멸」

 

시를 지탱하는 정신의 부분이다

* 나쁜 제목 - 「알 수 없는 일」, 「모든 목숨은」

 

3. 부제가 달린 시 (연작시)

 

1) 연작의 내용이 제목이 된다

2) 시의 내용은 부제가 된다

3) 1),2)를 거꾸로 할 경우 한 편 한편의 개성이나 내용이 죽어버릴 수 있다.

 

4. 제목이 먼저인가? 내용 창작이 먼저인가?

 

1) 이미지나 비유가 좋아서 시를 쓰게 되는 경우 - 나중에 제목을 붙인다

2) 제목을 먼저 달고 시를 쓰는 경우 - 시적 상상력이 제목에 갇혀 제한을 받는다.

3)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나중에 탈고후 제목을 붙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Ⅴ. 시작법 총정리

 

<예문 시>

 

아마 다섯 살쯤 되었을 것이다

엄마가 십자 모양의 철사 줄 위에 천장 도배를 해놓으셨는데

쥐란 놈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 위에 질주하는 바람에

반자는 한밤중에도 덜덜거리고

덩달아 내 잠도 덜덜거리다가 깨곤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여기저기 쥐오줌이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자고 있는데

무언가 이불 위로 툭, 떨어지더니

내 발 밑으로 기어들고 있었다

그것을 발로 가만히 만져보니

시가 뭉클했다

(나는 그 때 무작정 질주하다가 한 순간 툭, 하고 떨어져 은유의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 오는 것이 시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었나 보다)

 

그런데 그 개구쟁이 시

내게 무척 낯설고 섬뜩했다

 

아, 아, 망할 놈의 시!!!

도대체 시란 무엇인가?

 

- 박남희 「시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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