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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풀'에 대한 새로운 해석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8. 7. 24. 20:24
 

김수영 '풀'에 대한 새로운 해석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7.24 07:16 | 최종수정 2008.07.24 15:02

 

평론가 임우기 "초월적 자아가 투영됐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김수영(1921-1968) 시인의 대표작 '풀'을 단군신화와 초월론의 관점에서 해석한 새로운 분석이 제시됐다.


문학평론가 임우기 씨는 '현대문학' 8월호에 기고한 '무(巫) 혹은 초월자로서의 시인'이라는 비평에서 '풀'에 대한 기존 민중론적 접근 방식의 맹점을 지적하며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임씨는 "많은 민중주의적 비평들이 '풀'을 민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으로 해석했고 비평가 김현은 시에 등장하는 '발목', '발밑'의 주인공을 바람 부는 풀밭에 서 있는 주체적인 의식인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 모든 평문들은 이 시의 1연에 나오는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는 시구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구 해석의 실마리를 단군신화에서 찾았다.


단군신화를 토대로 유추할 경우 "비를 몰아오는 동풍은 천제의 아들 환웅이 거느렸던 '우사'와 '풍백'일 것이고, 그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곳, 동방 또는 조선(朝鮮)"이라는 것이다.


또 3연의 "'발목까지 / 발밑까지 눕는다"에서 '발목'의 주인공은 "'비를 몰아오는 동풍'과 그 동풍에 나부끼는 풀을 관찰하고 자기 자신과 하나로 살아가는 존재"라며 "그 천지간의 운동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체현하는 그 존재는 풍백과 우사에서 연상되듯이 단군, 곧 무당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풀'의 형식적인 특징에도 주목해 "'바람보다'는 풀을 상대하고 기르고 키우는 바람의 초월적 절대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특유의 반어법적 시어이며 '풀'은 시어의 반복을 통해 얼마간 언어를 초월하는 신기로운 시적 풍경을 만들어낸다"고 해석했다.


임씨는 "첫 행 '풀이 눕는다'부터 끝 행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까지의 시적 사유의 진행은 탄생-삶-죽음의 순환과정을 암시한다"며 "끝 행에는 죽음이 탄생을 품고 폐허가 영허(盈虛)임을 통찰한 이, 천지간의 이치를 깨친 무로서의 시적자아가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수영은 자유의 시인, 소시민적 지식인, 부조리한 현실과 치열하게 싸운 현실참여 시인 등으로 불렸지만, 우리들 심연 깊숙이 근본식 또는 집단무의식으로 아로새겨져 면면히 이어져온 무적 특질 즉 시인의 시적 자아 속에 자리 잡은 초월자적 영성을 함께 동시에 이해하지 않는 한, 그 칭호들은 한낱 불편한 허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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