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04/08 4

한국시낭송연합회 강릉 시낭송 초청(2019.06)

눈물이 시킨 일 한 구절씩 읽어가는 경전은 어디에서 끝날까 경전이 끝날 때쯤이면 무엇을 얻을까 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지워지고 꿈을 세우면 또 하루를 못 견디게 허물어 버리는, 그러나 저 산을 억 만년 끄떡없이 세우는 힘 바다를 하염없이 살아 요동치게 하는 힘 경전은 완성이 아니라 생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푸르름처럼 언제나 내 머리맡에 놓여 있다 나는 다시 경전을 거꾸로 읽기 시작한다 사랑이 내게 시킨 일이다 - 시집 『눈물이 시킨 일』 (2011) 밤에 쓰는 편지 / 나호열 먹을 갈아 정갈해진 정적 몇 방울로 편지를 쓴다 어둠에 묻어나는 글자들이 문장을 이루어 한줄기 기러기 떼로 날아가고 그가 좋아하는 바이올렛 한 묶음으로 동여맨 그가 좋아하는 커피 향을 올려 드리면 내 가슴에는 외출중의 팻말이 말뚝으..

[212] ‘때문’은 외로울 수 없다

[양해원의 말글 탐험] [212] ‘때문’은 외로울 수 없다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24.01.12. 03:00업데이트 2024.03.25. 15:52 서울 시내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연합뉴스 한겨울 일요일 밤은 유독 쓸쓸하다. 가게들도 일찌거니 닫아 장막 같은 큰길. 지나는 이 없는 건널목 신호등만 외롭게 끔벅거린다. 눈 내려 얼어붙은 골목길이 반드르르한데. 대낮 같으면 미끄럼 한번 지쳐 보련만, 고양이 그림자도 비치지 않으니 되레 머쓱하다. 게다가 자빠지기라도 해 봐. 부질없는 생각이 꿈틀대 곱다시 집에 들어갔다. 체면 덕분이었을까, 때문이었을까. ‘덕분’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이니, 무사 귀가를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 ‘때문’은 ‘어떤 ..

목련 꽃 화창한 이 봄이 더 아름다운 까닭을 기억합니다.

[나무편지] 목련 꽃 화창한 이 봄이 더 아름다운 까닭을 기억합니다. ★ 1,226번째 《나무편지》 ★ 눈길 머무르는 곳마다 목련 꽃이 한창입니다. 도시의 아파트 건물들 사이로 난 작은 산책길에도, 학교의 식당 건물 앞 볕 좋은 곳에도, 한적한 지방 소도시의 도서관 앞뜰에도, 수목원 식물원 길섶에도 어김없이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지금은 도무지 어쩔 도리 없는 목련의 계절입니다. 대개는 흰 색의 백목련 종류가 지금 한창입니다만, 가끔은 서둘러 피어난 자목련 종류도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목련은 지금이 절정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며칠 동안은 우리의 봄을 지켜주겠지요. 풀꽃들 가운데에도 성마른 성질의 풀꽃도 있는 듯합니다. 지난 주에 천리포수목원 숲길에서 우연히 만난 앵초가 그렇습니다. 앵초의 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