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공부할 시

대련(對聯)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3. 27. 13:59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63] 대련(對聯)

입력 2025.03.24. 00:18업데이트 2025.03.24. 18:04
 
일러스트=이철원

대련(對聯)

고희 넘긴 촌로가 이르기를

최고의 음식은

두부와 오이와 생강과 나물이며

최상의 모임은

아비와 어미,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들이라 말하니

고희 앞둔 중늙은이가 되받기를

최고의 음식은

마른 두부와 물외와 된장과 막걸리

최상의 모임은

아내와 나 그리고 나이를 잊은

술벗들이라 답한다

촌로는 섬이 모질다 하는데

중늙은이는 섬이 어질다 한다

-김수열(1959-)

대련(對聯)은 시문에서 대(對)가 되는 연(聯)을 뜻한다. 대(對)는 대비가 된다는 의미이지만 한 쌍을 이루는 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촌로와 중늙은이는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크게 벌어지지는 않아서 속마음을 터놓고 어울려 지내는 사이가 아닐까 한다. 촌로는 부모 생각이 절절하고, 중늙은이는 사귀어 왕래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촌로는 무른 음식을 즐기고, 중늙은이는 이가 더 튼튼하고 술맛이 아직은 한결같다. 두 분은 섬의 풍토와 인심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다르다. 하지만 기호와 성미가 소박한 것은 매한가지다. 사납지 않고, 별나지 않고, 옥신각신하는 듯하지만 아집(我執)이 센 축에 들지 않으니 아마도 지척에 살고 있는 분들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김수열 시인의 각별한 시편들은 제주 공동체가 “무지막지헌 4·3 시절”의 아픔을 넘어 “살아야 할 삶다운 삶”을 살고 “산이 살아 있고 바다가 살아 있고 사람이 살아 있는/ 숨 쉬는 모든 것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그런 곳이 되기를 열망한다.

 

'공부할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나리도 꽃이 핀다 ---정희경  (0) 2025.02.20
바람의 이력서 ---문철수  (0) 2025.01.21
사족  (0) 2025.01.10
대설  (0) 2024.12.10
만항재  (1)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