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63] 대련(對聯)
입력 2025.03.24. 00:18업데이트 2025.03.24. 18:04

대련(對聯)
고희 넘긴 촌로가 이르기를
최고의 음식은
두부와 오이와 생강과 나물이며
최상의 모임은
아비와 어미,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들이라 말하니
고희 앞둔 중늙은이가 되받기를
최고의 음식은
마른 두부와 물외와 된장과 막걸리
최상의 모임은
아내와 나 그리고 나이를 잊은
술벗들이라 답한다
촌로는 섬이 모질다 하는데
중늙은이는 섬이 어질다 한다
-김수열(1959-)
대련(對聯)은 시문에서 대(對)가 되는 연(聯)을 뜻한다. 대(對)는 대비가 된다는 의미이지만 한 쌍을 이루는 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촌로와 중늙은이는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크게 벌어지지는 않아서 속마음을 터놓고 어울려 지내는 사이가 아닐까 한다. 촌로는 부모 생각이 절절하고, 중늙은이는 사귀어 왕래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촌로는 무른 음식을 즐기고, 중늙은이는 이가 더 튼튼하고 술맛이 아직은 한결같다. 두 분은 섬의 풍토와 인심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다르다. 하지만 기호와 성미가 소박한 것은 매한가지다. 사납지 않고, 별나지 않고, 옥신각신하는 듯하지만 아집(我執)이 센 축에 들지 않으니 아마도 지척에 살고 있는 분들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김수열 시인의 각별한 시편들은 제주 공동체가 “무지막지헌 4·3 시절”의 아픔을 넘어 “살아야 할 삶다운 삶”을 살고 “산이 살아 있고 바다가 살아 있고 사람이 살아 있는/ 숨 쉬는 모든 것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그런 곳이 되기를 열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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