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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신해철 음악작업실이 지난 24일 완전 철거됐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2. 26. 17:21

"김광석 거리처럼 될 줄 알았는데…" 마왕 신해철 작업실 철거, 왜

중앙일보

입력 2024.02.26 16:42

업데이트 2024.02.26 16:59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신해철거리. 성남시는 2016년 10월 신해철거리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발이봉로 3번길2에서 수내 어린이공원에 이르는 160m 구간에 신해철거리를 조성해 2018년 2월부터 운영 중이다. 사진은 고 신해철씨 조형물. 손성배 기자


“신해철,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너.”

경기 성남시 수내동 ‘신해철 거리’ 한 편엔 가수 서태지의 글이 새겨진 기념석이 있다. 기념석에서 100m쯤 걸어가면 ‘신해철 음악작업실’이 나온다. 지난 2014년 10월 고(故) 신해철씨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찾아 작업했던 곳으로, 신해철 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곳이자 대중에게 공개된 유일한 생전 공간이다. 이 음악작업실이 지난 23일 오후 완전히 철거됐다. 이곳은 이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마음 속 깊은 곳’에만 남게 됐다.

이날 오후 4시쯤 찾은 음악작업실 앞에선 현장 철거 인부들이 집기와 에어컨 시설 등을 모두 뜯어내 입구에 쌓아두고, 폐기물 수거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업실 안 노출 콘크리트 벽에 붙은 피난 안내도와 개방 종료 안내문 속 신해철이란 이름만이 그의 공간이었던 흔적으로 남았다.

2014년 10월 고 신해철씨가 숨진 뒤 유족과 성남시가 관리하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신해철 음악작업실. 지난해 12월 28일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하고 지난 24일 완전 철거됐다. 손성배 기자

신해철 거리는 지난 2018년 생겼다. 신씨 사망 이듬해인 2015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주변 상인과 팬들의 건의를 받고 검토해 조성했다. 신씨가 의료사고로 숨지기 전까지 머물렀다는 음악 작업실의 존재가 그의 이름이 붙은 거리를 조성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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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작업실 공간은 서재와 전시실, 레코드실로 나뉘는데, 신씨가 사용하던 건반과 녹음 장비, 스케쥴표, 발매 음반 등이 거의 그대로 보존됐다. 신씨 사망 이후 유족이 약 3년 동안 월세를 내며 관리하던 공간을 성남시가 인수해 2017년 4월부터 신해철 거리 문화관광 명소로 운영하고자 했다. 성남시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70만원씩을 부담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시기부터 일평균 방문객이 5명 이하에 그치고, 정자교 등 노후화한 분당구 도시 인프라 개선을 위해 예산이 필요해지면서 신해철 음악작업실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성남시와 임대인 사이의 임대차 계약도 지난해 12월 31일로 끝났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신해철 음악작업실이 지난 24일 완전 철거됐다. 손성배 기자

임대인 측 공인중개사는 “신해철 거리를 조성한 직후엔 사람들이 꽤 많이 찾아왔지만, 몇 년 동안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신해철 거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도 “대구 김광석 거리처럼 관광 명소가 될 줄 알았는데, 공원에 신해철씨가 앉아있는 동상 하나 세워 놓은 것뿐이라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신씨 팬들은 음악작업실 철거를 아쉬워했다. 인스타그램 ‘신해철 저장소’ 운영자 이지율씨는 “신해철을 기억할 수 있는 몇 없는 장소가 사라져 안타깝다”며 “팬들이 비용을 조금씩 모을 수 있다는 뜻을 성남시에 전달하기도 했지만, 결국 철거돼 너무 섭섭하다”고 했다.

음악작업실에 있던 집기와 신씨 유품은 유족이 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시는 과거 음악작업실 모습을 360도 VR(가상현실)로 제작해 홈페이지(cromst.seongnam.go.kr:10005)에 공개했다. 시 관계자는 “시 재정 측면에서 운영 효율성 따지게 되면서 음악작업실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신해철 거리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신해철 음악작업실 녹음장비. 사진 성남시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