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 42
-어떤 하루
적막을 지우려고 빗자루를 든다
추락한 햇볕의 발자국
허공을 휘저으며 날아가던 새가
무거워 던져놓고 간 그림자
맴만 돌다가 입을 봉한 말들이
한 목소리로 내게 덤벼든다
갈대로 만든 빗자루가 휘청휘청
정처 없는 생각을 쓸어낼 때마다
주문 呪文이 되는 쓸쓸은
사실은 빗자루가 내뱉는 목맨 쉰 소리일 뿐인데
불교문예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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