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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 이야기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은 이 나무들<184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5. 4. 14:18

[김민철의 꽃이야기]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은 이 나무들

<184회>

입력 202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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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건 바람에 의해 꽃가루가 날리는 풍매화다. 구체적으로는 참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삼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가 주범이다. 곤충이 꽃가루를 전달하는 충매화는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알레르기 전문가인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올해 유난히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데다 3년 코로나 유행으로 사람들 면역력도 떨어진 탓인지 예전보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2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지피지기라고, 이 나무들을 알면 꽃가루 알레르기를 예방·완화하는데 유리할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알레르기 환자를 발생시키는 꽃가루는 참나무 꽃가루다. 소나무가 가장 많이 꽃가루를 날리지만 송화가루는 알레르기 유발성이 약하다.

 

참나무는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의 총칭이다. 구체적으로 마을 근처에 흔한 상수리나무, 나무껍질로 굴피집을 짓는 굴참나무, 잎이 무리 중 가장 작은 졸참나무, 늦가을까지 황갈색 단풍이 멋진 갈참나무, 옛날에 잎사귀를 짚신 밑바닥에 깔창 대신 썼다는 신갈나무, 잎으로 떡을 싸서 쪄 먹었다는 떡갈나무 등 6형제가 대표적이다. 필자가 몇 달전 ‘[김민철의 꽃이야기] 광화문광장에서 참나무 6형제 구분하기’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신갈나무 수꽃차례. 수꽃차례에서 꽃가루가 나온다. 신갈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가장 많이 분포하는 나무다.

 

참나무 꽃가루는 우리나라 내륙을 기준으로 4월 초순부터 날리기 시작해 5월 하순까지 날리기 때문에 요즘도 한창이다. 산속에서 자라는 나무지만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역 옆 서울로 등에도 심어 놓는 등 점점 도심으로도 진출하는 나무다.

 

자작나무는 한대 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로, 남한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나무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는 유럽과 북미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 수종이었다. 하지만 요즘 전국 각지의 산야, 골프장, 휴양 시설이나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에 이 나무를 많이 심고 있다. 그래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4~5월에 자갈색의 수꽃차례가 이삭 모양으로 아래로 처지며 달리는데 여기서 꽃가루가 날린다.

                        자작나무. 남한엔 자생지가 없는 나무지만 요즘 숲이나 공원, 아파트 단지에 많이 심고 있다.

 

자작나무는 나무껍질(수피)은 흰색이고 종이같이 옆으로 벗겨지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수피가 피부처럼 매끈하면 자작나무라고 볼 수 있다. 자작나무엔 가지 흔적인 ‘지흔(枝痕)’이 군데군데 있다. 나무가 자라면서 아래쪽 가지가 불필요하면 스스로 가지를 떨어뜨리고 남은 흔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리나무 종류 중 가장 흔한 것은 물오리나무다. 산에서 소나무나 참나무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북한산, 청계산, 아차산 등 서울 주변 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우선 잎이 거의 동그란 원형에 가까워 금방 식별이 가능하다. 넓은 달걀형인데, 가장자리가 5~8개로 비교적 얕게 갈라지고 그 갈라진 가장자리에 또 얕게 갈라지는 겹톱니를 갖고 있다.

 
                                                                          물오리나무. 잎이 둥근 편이다.

 

물오리나무가 자주 보이는 것은 산림 조성용으로 많이 심은데다, 이 나무가 적응력이 뛰어나 토양 습도가 조금 부족한 곳이나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척박한 곳에 잘 자라 공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땅을 비옥하게 하는 고마운 나무이기도 하다. 작은 솔방울 모양 열매도 흔히 볼 수 있어서 친숙하다. 이 나무 꽃가루가 많은 양은 아니지만 알레르기 유발성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주로 3~4월에 꽃가루가 날리기 때문에 지금은 피크가 지났다.

 

 

삼나무는 일본 원산으로 일제강점기에 들려와 남부지방 조림에 쓴 나무다. 일본 국토의 70%에 삼나무가 분포하고 있어서 일본은 전체 인구의 40%가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로 알려져 있다. 3월에는 그 농도가 최고조에 달해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가 휴교할 정도다. 우리나라는 주로 제주도에서 삼나무 꽃가루가 문제가 되고 있다. 초봄 제주도에 갔다가 알레르기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 것은 바로 삼나무 때문이다. 내한성이 약해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 등 남부지방에 심었는데, 요즘에는 기후변화로 홍릉숲 등 서울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삼나무 꽃차례. 많은 양의 꽃가루를 날려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 있는 소규모 나무들은 대세에 지장은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원인 물질을 알고 노출을 최대한 줄이면 아무래도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오재원 교수는 “꽃가루가 수십 ㎞를 날아가기 때문에 100% 피할 수는 없지만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나무들 근처에 안가는 것이 좋다”며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수종을 선택할 때도 이들 나무들은 너무 많이 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나무들이 꽃가루를 날리는 것은 번식하기 위해서다. 나무들의 번식 행태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이런 나무를 심을 때 꽃가루 영향도 고려하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는 등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 ‘피부 반응 검사’, ‘혈청 항원 특이 IgE 검사’를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나무 꽃가루가 나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가을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범은 나무가 아닌 돼지풀, 쑥, 환삼덩굴, 잔디 등 풀들의 꽃가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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