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혼자 먹는 밥
중앙선데이
입력 2023.02.04 00:20
업데이트 2023.02.04 05:25
혼자 먹는 밥
송수권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다
숟가락 하나
놋젓가락 둘
그 불빛 속 딸그락거리는 소리
그릇 씻어 엎다 보니
무덤과 밥그릇이 닮아 있다
우리 생에서 몇 번이나 이 빈 그릇
엎었다
뒤집을 수 있을까
창문으로 얼비쳐 드는 저 그믐달
방금 깨진 접시 하나
『퉁』 (서정시학 2013)
일순간 마음이 넉넉해지고 나른해지는 것. 없던 허기마저 감도는 것. 세상을 살아갈 힘도 조금 나는 것.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서러워지기까지 하는 것. 아마 밥 냄새가 아닐까 합니다. 밥 냄새는 쌀독을 막 열었을 때 나는 쿰쿰한 냄새 아니고 쌀을 씻을 때 배어나는 은근한 냄새도 아니고 밥물이 한번 우르르 끓어오르고 나서야 그제야 퍼지는 고소함과 구수함의 중간 냄새 아닐까요. 매일같이 맡아도 질리지 않는. 다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매일’이라고 하는 것은 나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모두 온전하게 모일 때 이룩되는 것입니다.
※시 전문은 joongang.co.kr/sunday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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