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의자
아무 데나 주저앉지 말라고
털썩 주저앉은 자리에
힘들게 영글은 씨앗이
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
아니면 어느 여린 짐승이
짝을 기다리며 서성거리는 발자국을
남겼을지도 모르는 일
정상을 향하는 다리 힘이 남아 있으면
눈길 주지 말고 지나치기를
그래도 느리게 가고 싶고
말 통하지 않는 나무들과
잠시라도 눈 맞추고 싶으면
등돌려 이름이라도 물어보라고
그렇게 산등성이 타고 올라와
혼자 서 있다
의자라는 이름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던
우리의 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