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눈
말을 보았다
진눈깨비 내리는 밤의 아스팔트 길
미끄러운 비탈길을
추억을 만들어가는 몇사람을 싣고
어제 걷던 길을
오늘 다시 걷는다
아침에 걷던 길을
저녁에 다시 걷는다
차라리 말은 길을 끌고 간다
초원을 달려야 할 말들이
노역에 바치는 지푸라기의 하루
말의 눈은 검다
말의 눈은 크다
검고 큰,
기쁨에 바치는 노래보다
슬픔의 가슴에 닿는 고통처럼
터벅거리는 말발굽소리가
가슴을 밟고 지나간다
파랗게 다시 돋아오르는
새싹들
검고 큰
그 눈
시집 《당신에게 말걸기》(2007)
시인이며 화가인 정운자 열번째 개인전은 '말'로 이루어져 있다.그림에 문외한인지라
그의 다양한 테크닉을 논평할 처지는 되지 않으나 '말의 중의성에 유의하면서 감상을 하다가 소품에 눈길이 닿았다. 20년 전
어느 해 겨울 저녁 퀘백의 관광마차를 끄는 말이 오버랩되면서 그 때 썼던 시도 다시 내게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