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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 마이동풍 (馬耳東風)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5. 12. 13:41

[정민의 世說新語]

[621] 마이동풍 (馬耳東風)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21.05.06 03:00 | 수정 2021.05.06 03:00

 

마이동풍(馬耳東風)은 봄바람이 말의 귀를 스쳐도 반응이 없다는 뜻이다. 천고마비(天高馬肥)라 하늘이 높아지면 말이 살찐다고 한 걸 보면, 말은 아무래도 봄보다는 가을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Oh!컷] 제주도 서귀포시 가시리 풍력발전소 인근에서 마스크를 쓰고 조랑말을 탄 사람들이 노란 유채꽃밭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이백(李白)은 ‘답왕십이(答王十二)’에서 “북창에서 시를 읊고 부(賦)를 지어도, 만 마디 말 물 한 잔의 값도 쳐 주질 않네. 세상 사람 이 말 듣곤 모두 고갤 저으리니, 봄바람이 말의 귀에 부는 것과 같구나(吟詩作賦北窗裏, 萬言不直一杯水. 世人聞此皆掉頭, 有如東風射馬耳)”라고 자조했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화류마는 움츠려서 능히 먹질 못하고, 저는 나귀 뜻을 얻어 봄바람에 우누나(驊騮拳跼不能食, 蹇驢得志鳴春風)”라 한 것을 보면, 준마인 화류마는 쓸모를 잃고 쫄쫄 굶는데, 발을 절뚝이는 나귀 같은 소인배들만 뜻을 얻어 날뛰는 현실을 빗댄 시인 줄을 알겠다.

소식(蘇軾)도 이를 받아 ‘화하장관육언시(和何長官六言詩)’에서 “조정의 공자(公子)에게 말을 해본들, 말귀의 봄바람과 무에 다르리(說向市朝公子, 何殊馬耳東風)”라고 했다. 그러니까 마이동풍은 하나 마나 한 말이고, 듣고도 꿈쩍 않는 태도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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