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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잎 떨군 나무는 겨울 채비를 마쳤건만 사람의 마을에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2. 2. 17:35

 

잎 떨군 나무는 겨울 채비를 마쳤건만 사람의 마을에는

 

[나무 생각] 잎 떨군 나무는 겨울 채비를 마쳤건만 사람의 마을에는……

마을 어귀에 우뚝 선 나무들이 겨울 채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초록의 나뭇잎 떨군 틈을 파고 든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는 날이 이어집니다. 한해 내내 사람의 마을에 이어진 잠시멈춤과 거리두기는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을에는 아직 채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고단함은 하릴없이 이어질 수밖에요. 소슬 바람 매서워진 겨울 들판의 나무들을 찾아 나서야 하는 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그래도 길 위에 올라야 합니다. 눈 내리기 전까지, 그리고 해 넘기기 전까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힘겹게 지난 계절을 지나온 나무들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언제나처럼 평안함이 스며듭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힘들게 살아왔던 날들을 접고, 천천히 겨울 잠에 들 준비를 모두 마친 나무들의 벌거벗은 모습이 여느 때보다 더 장하게 다가옵니다. 혼란한 사람살이 속에서도 그들이 지어낸 양식으로 살아온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나무 앞에 서서 나무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건넵니다. 나뭇가지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은 여느 때보다 정신을 맑게 씻어냅니다. 힘겹고 어려워도 지친 몸 일으켜 다시 나무 앞에 다가서야 하는 까닭입니다.

이제 십이월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을 너무 많이 안은 채 맞이하는 십이월입니다. 바이러스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몸도 몸이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더 단단히 해야 하지 싶습니다. 분명 긍정적인 조짐들도 간간이 들려옵니다. 그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그런 긍정의 신호는 갈수록 늘어갈 겁니다. 멀지 않은 시간 안에 어떤 식으로돈 바로잡힐 것임을 굳게 믿으며 오늘도 나무가 그리워 나무를 찾아 길 떠날 채비에 나섭니다.

오늘 《나무편지》의 사진은 안동 매정리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말채나무 당산입니다.

고맙습니다.

- 겨울 채비를 마친 나무 앞에 다가설 준비로 분주한 11월 30일 아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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