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나 씨의 저녁
곧바로 천국에 닿을 것만 같은
쭉 뻗은 대로의 의붓자식 같은
외로움을 한 번 꺾어들면
음지그늘이 독버섯처럼 웅크린 뒷골목
해고가 없는 일용직에서 해고당한
나씨의 컵라면 앞에 말라비틀어진 김치쪼가리
마침 저녁이면 저 세상을 보여주는
맛집 기행 덕에 만찬은 풍요롭다
컵라면은 한 입에 사라지지만
잡을 수 없는 화면 속에 시선을 넣으면
온갖 산해진미가 내 것인 양 한 상 가득하다
나 씨가 일 년 동안 먹어도 남을
허기에 대한 헛 가락질이
인생을 지휘하는 마스터 같다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을까
곰 사냥을 나갔다 곰에게 쫓겨 돌아온
배고픈 안도감으로
일용직 나 씨의 밥상은 보이지 않는
풍요로 가득 찬다
몽유의 이 짜릿한 육즙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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