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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식물 서식… 바깥은 공기도 잎의 흔들림도 달랐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6. 13. 00:48

다양한 동식물 서식… 바깥은 공기도 잎의 흔들림도 달랐다

입력 : 2016.06.09 04:00

서천 국립생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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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국립생태원 후문에서 전시관 건물 에코리움으로 가는 길에 조성한 습지생태원. 아무렇게나 자란 풀들이 오히려 자연미를 더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처음엔 찔레꽃에 홀렸다.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 한가득 피었다는 소식이다. 초대 원장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앞으로 한 2주 동안 국립생태원 찔레동산에 하얗고 순박한, 그래서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이 흐드러질 것"<조선일보 5월 31일자 A30면>이라고 했다. 국립생태원 직원은 "찔레꽃이 만발하다"고 전화선 너머에서 말했다.

지난 주말 찾아갔다. 기대가 너무 컸나. 흐드러진 정도는 아니었다. 김남영 연구원은 "찔레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 먼저 핀 꽃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래도 곳곳에 망울을 틔운 찔레꽃이 하얀 미소를 머금었다. 찔레꽃이 흰 꽃이라는 걸 확인한 것만도 큰 소득이라 위안했다.

찔레꽃만이 볼거리는 아니다. 국립생태원엔 신기한 동식물이 가득하다. 버섯을 키우는 '농사꾼 개미'를 지금 기획 전시 중이다. 가위처럼 생긴 입으로 나뭇잎을 잘라 스펀지처럼 생긴 버섯을 키우는 '잎꾼개미'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정부의 허락을 받고 들여왔다 한다. 수천 마리 개미가 제 몸보다 큰 잎을 들고 나란히 줄지어 가는 풍경이 재미있다. 이 밖에도 15종 희귀 개미를 함께 전시했다.

전시관인 에코리움은 우주정거장 같은 모습이다. 동대문 DDP처럼 둥글게 휘어진 건축물이다. 다섯 개 전시관이 있다. 한 동선(動線)으로 이어진다. '열대관'은 열대 우림을 재현했다. 피라냐· 전기뱀장어 같은 열대 생물이 첫눈에 들어온다. 뱀·악어·거북이도 게으르게 움직였다.

이어지는 전시관은 '사막관'. 사람 키보다 큰 선인장이 모래밭 위에 서 있다. 카멜레온·목도리도마뱀·방울뱀이 혀를 날름거렸다. 귀 크기가 거의 얼굴만 한 사막여우가 귀엽게 졸고 있었다. 2014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불법 반입하려다가 세관에 압류된 것을 인수했다. 가장 인기있는 동물은 프레리도그. 다람쥐보다 조금 큰 몸집이다. 허리를 세우고 앞발을 든 채로 미동도 하지 않고 주변을 경계한다. "너무 귀여워~." 엄마 아빠 따라나온 여자 아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중해관'은 유럽 지중해와 남아프리카 식생을 재현했다. 이어지는 '온대관'의 야외 전시 공간에는 수달이 살고 있다. 나무토막이 떠 있는 물웅덩이 속이다. "수달아, 나와라!" 엄마 손을 붙잡고 선 아이가 몇 차례 외쳤다. 수달은 꼭꼭 숨었는지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지막 '극지관'에 들어서니 찬 기운이 느껴진다. 영상 10도 이하를 늘 유지한다고 한다. 한여름 피서로 제격이다. 개마고원과 툰드라 및 극지역 환경을 재현했다. 한 5분쯤 있으니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펭귄이 사는 수족관 안은 영상 2도 이하. 박제처럼 가만히 서 있던 펭귄이 몸 뒤로 작은 날개를 젖히며 뒤뚱뒤뚱 걸었다. "어, 살아있네!" 관람객들이 탄성을 질렀다.

국립생태원은 2013년 가을 문을 열었다. 동물원도 식물원도 아닌 생태원이다. 기후와 생태계 변화 등을 연구·전시·교육한다. 지난해 10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주로 나들이 나선 가족 관람객이다.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장항역에서 내린다. 5분쯤 걸으면 국립생태원 후문이다. 전시관인 에코리움이 후문에서 더 가깝다.

찔레꽃 핀 동산은 정문 앞에 있다. 당초 진입로를 내느라 산허리가 잘려 흉물스러운 민둥 언덕이었다. 최 원장은 직원들에게 하나만 주문했다고 한다. 한 가지 수종(樹種)으로만 심자고. 논의 끝에 가장 토속적인 찔레꽃으로 결정했다. 옮겨 심은 묘목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는 못했다. 꽃 핀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엔 아직 부족하다. 내년엔 전국 최고 찔레꽃 명소가 될 수 있을까.

변화는 사람이 만들지만 한번 시작된 변화는 그 변화의 힘으로 더 큰 변화를 낳는다.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 열대관. 열대 식물의 뿌리가 공중에 달려 있다.

 

서울 용산역에서 새마을호·무궁화호 이용. 장항역에서 내린다. 3시간10분. 장항역에서 5분 거리에 국립생태원 후문이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국도4호선(군산 방면)→국도21호선→국립생태원 입구. 정문에서 후문까지 걸어서 약 15분 걸린다. 정문과 후문을 오가는 전기차(약 6분 간격)를 운행한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에코리움에서 화가 장욱진의 그림을 전시한 ‘장욱진 생명 사랑전’을 하고 있다. (041)950-5300, www.nie.re.kr

장항역이나 생태원 근처에서는 식당을 찾기 어렵다. 에코리움 2층에 식당·카페·편의점이 있다. 인근에 금강하굿둑음식촌, 장항음식특화거리에 해물탕·칼국수·민물매운탕 등을 내는 식당이 있다. 서천 관광안내소 (041)952-9525, 금강 하구를 건너면 바로 군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