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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차… 아인슈타인, 중력파 부인할 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2. 19. 23:23

아차차… 아인슈타인, 중력파 부인할 뻔

  • 박건형 기자

    입력 : 2016.02.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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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언스] 천재의 네 가지 실수

    ① '중력파 존재하지 않는다' 논문 발표하려다 거부당해
    ② '중력렌즈' 못 본다 했지만 현재 매년 수십 번 이상 관측
    ③ 실수라며 철회한 '우주 상수' 실제로는 있어야 우주 설명
    ④ '양자 얽힘' 있을 수 없다고 단언, 다양한 실험 거쳐 사실로 입증

    지난 11일 한국을 비롯한 13국 공동 연구진이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수수께끼'라는 중력파(重力波)를 검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력파는 별의 폭발, 블랙홀 생성 등 우주에 거대한 사건이 발생할 때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중력 에너지이다. 1915~16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처음 제안됐다. 전 세계 과학계는 100년을 앞서 간 천재의 혜안(慧眼)에 새삼 감탄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도 완전무결(完全無缺)한 과학자는 아니었다. 오늘날 과학이 감탄해 마지않는 예측을 하고도 성급하게 철회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바로 '아인슈타인의 네 가지 실수'이다.

    중력파 부정했던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은 중력파가 아주 미세하다고 확신했다. 이 때문에 블랙홀의 충돌과 같은 아주 강력한 우주 현상이 있어야만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을 지녀 빛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천체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아인슈타인을 괴롭게 했다. 그가 블랙홀의 존재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전시팀장은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아주 평온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면서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으로서는 용납하기 힘든 괴이한 존재였다"고 말했다.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는 상상도(왼쪽 사진). 이 과정에서 거대한 중력의 물결인 중력파가 발생한다. 아인슈타인(가운데 사진)은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주장했지만, 나중에 중력파가 없다는 논문을 발표하려고 했다. 오른쪽 사진은 허블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중력 렌즈 현상이다. 가운데에 있는 은하의 강력한 중력 때문에 별빛이 휘어 고리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 현상을 관측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두 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는 상상도(왼쪽 사진). 이 과정에서 거대한 중력의 물결인 중력파가 발생한다. 아인슈타인(가운데 사진)은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주장했지만, 나중에 중력파가 없다는 논문을 발표하려고 했다. 오른쪽 사진은 허블 우주 망원경이 촬영한 중력 렌즈 현상이다. 가운데에 있는 은하의 강력한 중력 때문에 별빛이 휘어 고리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 현상을 관측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라이고·NASA 제공
    고심을 거듭하던 아인슈타인은 1936년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에 논문 한 편을 냈다. '중력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편집장이었던 하워드 로버트슨은 의견이 달랐고, 논문 게재를 거부했다. 격분한 아인슈타인은 다른 학술지에 논문을 다시 보냈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점을 발견했다. 로버트슨이 아인슈타인의 명성에 눌려 논문을 실었다면,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최대 실수로 남을 수도 있었다.

    같은 해 아인슈타인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중력은 빛도 휘게 하며, 이 때문에 거대한 별은 뒤에 있는 다른 별빛을 보게 하는 렌즈처럼 작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중력 렌즈'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 현상을 직접 관찰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별의 중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일 만큼 빛이 휘지는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번에도 아인슈타인은 성급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거대한 별이 셀 수 없이 많이 모인 집단인 은하(銀河)의 존재를 발견했다. 은하는 아인슈타인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중력을 갖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매년 수십 차례 이상 중력 렌즈 효과를 관측하며, 우주의 구조를 밝히고 있다.

    75년 만에 복권된 최대 실수

    아인슈타인이 직접 "내 인생 최대 실수"라고 말한 연구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팽창도 수축도 하지 않는 고정된 상태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에 대항할 척력(斥力)이 있어야 했다. 중력만 있다면 우주는 계속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우주 방정식에 척력의 세기를 좌우하는 '우주 상수'를 만들어 넣었다.

    1923년 에드윈 허블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우주 상수를 철회했다. 하지만 그 후로 75년이 지난 1998년 미 항공우주국 연구진은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는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가 가속 팽창하려면 아인슈타인이 철회했던 우주 상수가 반드시 필요했다.

    아인슈타인은 평생 양자역학(量子力學)을 부정했다. 미시 세계의 물체 움직임이나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에서 나온 대표적 이론이 '양자 얽힘'이다. 한번 상호작용을 한 입자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준다는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현상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양자 얽힘 역시 다양한 실험을 거쳐 사실로 밝혀졌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양자역학에서는 확률을 중시하는데, 아인슈타인은 이런 양자역학의 특성을 과학적이지 않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에 등장하는 확률을 부정하면서 남긴 말이 바로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