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재밌게… 나도 SNS 풍류詩人
입력 : 2016.01.27 03:00
[인기 얻는 SNS 시인들]
짧은 시와 그림 곁들여 올리면 '좋아요' 수 10만명 넘기도
언어유희 많고 개그 가깝지만 즉흥적 감정 표현하는 트렌드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긴 영상과 문자, 그림을 엮어 시를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SNS에서 인기를 얻어 시집까지 내는 'SNS' 시인까지 등장했다.
'우리가/신호등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는/곧 바뀔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그러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곧 바뀔거야/좋게'라고 A4 용지에 손글씨로 써서 신호등 기둥에 붙여놓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형태의 글을 지속적으로 쓰는 작가도 등장했다. '글배우'란 필명으로 이 글을 쓴 김동혁씨는 한 번 '시 사진'을 촬영해 올리면 '좋아요'가 10만이 넘고, 댓글이 5000~6000개씩 달린다.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이는 것은 기존 시인들도 가끔 활용해온 방식. 김씨는 이를 엮어 '신호등처럼'이란 책을 냈다. 어엿한 시인으로 대접받게 된 것이다.
본격 문학과는 다르지만 이를 새로운 대중문화 장르로 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소설 작가인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퇴마록'의 이우혁, '늑대의 유혹'의 귀여니 같은 인터넷 소설 작가들처럼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자신의 감흥이나 짧은 이야기를 발신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독자도 생겨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시는 원래 음성언어를 통해 즉흥적 감흥을 표현하는 예술이었고, 나중에 문자로 고착화되어 시가 되었다"며 "SNS 시인들이 순간적 감흥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시의 원초적인 형태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작가들의 태도도 진지하다.
이른바 '디카 시(詩)' 작가인 이상옥씨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인 형상을 순간 포착해 '따스한 온기'가 가시기 전에 카페나 블로그, 카톡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순간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6일부터 3월 13일까지 디지털전시실에서 SNS 시(詩)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SNS 시인시대전(展)'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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