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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그 裏面을 보여주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1. 19. 15:09

사진, 그 裏面을 보여주다

입력 : 2016.01.19 03:00 | 수정 : 2016.01.19 06:04

[사진 탄생 과정 보여주는 두 전시]

'매그넘 콘택트 시트' 展 - 보도사진가의 밀착인화지 공개
'곤충의 눈―시선의 기원'展 - 구멍 여러 개인 '핀홀 카메라'로 곤충이 보는 입체적 세상 표현

프랑스의 세계적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은 사진의 미학은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의 포착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선 수많은 기다림이 있다. 한 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선 무수한 실패가 있어야 한다. 사진 이면의 세상을 보여주는 전시 2개가 열리고 있다.

작가의 '일기장'을 보여주다

1953년 프랑스 사진가 마크 리부는 고향 리옹을 떠나 파리로 향했다. 파리에서 사진가로 첫발을 내딛는다는 꿈에 부풀어 라이카 카메라 한 대와 필름 한 롤을 둘러메고 에펠탑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한참 주변을 돌아보는데 그의 눈에 에펠탑에서 페인트칠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춤추는 듯한 유연한 몸놀림으로 붓질하는 그를 담기 위해 리부는 곧장 탑을 걸어 올라갔다. 한 시간쯤 걸어 올라갔을 때 비로소 페인트공이 렌즈에 들어왔다. 이 한 장으로 리부는 국제적 보도사진 단체인 '매그넘 포토스' 소속 작가가 됐다. 세상에 알려진 건 딱 이 사진 하나였지만 리부는 당시 에펠탑의 다른 페인트공도 여럿 찍었다. 이 버려진 사진들이 주인공이 돼 전시장을 찾아간다.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4월 16일까지 선보이는 '매그넘 콘택트 시트'전(展)이다.

프랑스 사진작가 마크 리부가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촬영한 ‘에펠탑 페인트공’(1953년)과 밀착인화지 

 

프랑스 사진작가 마크 리부가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촬영한 ‘에펠탑 페인트공’(1953년)과 밀착인화지. /매그넘 포토스 제공

 

매그넘 소속 사진작가들의 밀착 인화지가 공개된다. 밀착 인화지란 한 롤의 필름을 빛을 통해 직접 인화하거나 여러 장의 네거티브 필름을 순서대로 인화해 놓은 것. 사진작가에게 밀착 인화지는 일기장과도 같다. 로버트 카파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요제프 쿠델카의 '프라하 침공' 등 널리 알려진 사진작가 65명의 작품 94점과 밀착 인화지 70여점 등이 전시된다. 매그넘 포토스 파리 해외 전시 디렉터 안드리아 홀저는 "밀착 인화지는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완성본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02)418-1315

곤충의 눈으로 세상을 보여주다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에서 3월 18일까지 선보이는 작가 주도양(40)의 '곤충의 눈―시선의 기원'전은 곤충의 시선에서 보이는 세상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여준다. 작가는 곤충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눈이 두 개 이상인 곤충들은 이런 식의 입체적인 세상을 볼 것'이라는 가정에서 사진을 찍었다.

주도양의 사진 작품 ‘블라썸’. 봄날 충북 음성 감곡면에서 어리호박꿀벌과 범부전나비의 시선에서 바라본 벚꽃과 복숭아밭을 촬영했다. 

 

주도양의 사진 작품 ‘블라썸’. 봄날 충북 음성 감곡면에서 어리호박꿀벌과 범부전나비의 시선에서 바라본 벚꽃과 복숭아밭을 촬영했다. /사비나갤러리 제공

 

사진을 독학한 작가는 원통형 알루미늄 캔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은 뒤 필름을 넣어 사진을 찍는 핀홀 카메라를 주로 사용했다. 곤충이 살고 있을 법한 습지, 공원 등을 찾아가 카메라를 땅에 묻어두거나 나무에 걸어 풍경을 찍었다. 사진 속 풍경은 마치 360도 굴러가는 투명한 공 안에 들어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02)736-4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