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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문화원의 역할과 나아갈 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2. 30. 20:50

문화원의 역할과 나아갈 길

나호열 시인․ 문화평론가

 

 

문화원의 어제

 

 

일제의 36년간의 식민지 지배는 우리에게 3년간의 전쟁과 70년이 훌쩍 넘어가는 분단의 아픔을 남겨 주었다. 어디 그 뿐인가! 역사, 문화의 단절 극복이라는 과제도 덤으로 우리에게 주어졌다. 이에 따라 활착되지 못한 정치체제와 폐허로부터 문화 활동을 중심축으로, 민족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962년 1월, 전국의 78개 지방문화원의 주도로 사단법인 한국문화원연합회가 결성되었고, 1965년 지방문화사업조성법이 제정되어 문화 창달의 중추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후 1994년에 지방문화원진흥법이 추진되면서 지속적으로 지방문화원의 활동 영역은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 되었다. 즉, 지방문화원 진흥법 8조 (2011년 개정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8조 (지방문화원의 사업) ① 지방문화원은 다음 각 호의 지역문화사업을 수행한다.

1. 지역문화의 계발·보존 및 활용

2. 지역문화(향토자료를 포함한다)의 발굴·수집·조사·연구 및 활용

3. 지역문화의 국내외 교류

4. 지역문화행사의 개최 등 지역문화 창달을 위한 사업

5.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 지원 사업

6.「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2조제1호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사업 지원

7.「다문화가족지원법」 제2조에 따른 다문화가족에 대한 문화활동 지원

8. 그 밖에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하는 사업

② 지방문화원은 제1항에 따른 지역문화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다른 지방문화원과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전문개정 2011.7.21] [[시행일 2011.10.22]]

 

 

이와 같이 지방문화원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한편, 우리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기능의 조정과 역량은 사회의 변화와 요구를 충족되지 못하는 여건에 놓여지게 되었음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간략히 그 변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째, 1965년에 제정된 지방문화사업조성법은 지방문화원을 특수사단법인으로 만들어 중앙정부로부터 재원을 비롯한 물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90년대 문민정부 출범 이후 지방자치제도의 시행은 예전과 같은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여건으로 몰아간 측면이 있다.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축소되고, 지방정부의 자율적 지원이 강화됨으로서 재정적 측면에서 지방(역) 간의 편차가 발생하게 되었으며,

 

둘째, 법으로 정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충분한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한 채 재원 조달을 위한 자체 사업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

 

셋째, ‘문화’ 개념의 확장과 심화가 가져오는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문화’ 개념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문화원의 역할을 확정하는데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文은 한 마디로 질박한 것으로부터 보다 세련되고 꾸며지는 것이고 화 化는 바뀜, 또는 교화 敎化를 뜻한다. 논어에 나오는 행유여력 行有餘力, 즉이학문則而學文이라 함은, 학문과 예술영역이 문文에 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문文은 인간생활의 향상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도 놓쳐서는 안된다. 한 마디로 문화를 정의내릴 수는 없겠으나 우리는 문화의 광의적 의미를 지식, 신념, 예술, 도덕 등 인간에 의해 획득된 능력과 습관으로, 협의의 정의를 소수(과거 귀족 계급) 가 누리는 예술로 규정하는데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과거의 문화원은 이러한 문화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충분히 소화해내면서 ‘지역문화의 계발·보존 및 활용, 지역문화(향토자료를 포함한다)의 발굴·수집·조사·연구 및 활용’에 큰 힘을 보태었다는 공을 잊어서는 안된다.

 

 

문화원의 오늘

 

 

기적과 같은 경제 성장은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변화를 이끌어내었다. 문화의 중심이 소수의 지식인, 경제적 여유를 가진 중산층에서 대중 大衆으로 이동하였으며, 예술 중심에서 다양한 삶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예술인 지원 중심으로 국가 기관이던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자율적 민간기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개편된 것이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또 세계적인 추세인 도시화는 대규모의 개발과 향토민의 이탈, 이에 따른 향토문화의 멸실 滅失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여기에 ‘지역문화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국가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문화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지방정부의 자율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어 지방정부의 절대적 지원이 필요한 문화원의 역할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음을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문화원 진흥법과 지역문화진흥법 간의 상충 相衝 부분, 문화예술진흥법,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다문화가족지원법 과 같은 타 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한 영역의 조정과 협업은 자칫하면 문화원의 정체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그 중에서도 지역문화진흥법에서 명시한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지역문화진흥법 19조,20조)은 앞으로의 문화원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이미 광역단위 13개, 기초단위에서 49개의 문화재단이 설립되어 문화재단 설립 추진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견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재단의 설립은 지방정부의 예산을 갹출하여 조성하는 기금이 아니라 메세나나 개인의 자발적 기부 등에 의한 조성이 바람직하고 지속적으로 기금을 확충할 수 있는 확실한 토대가 마련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 조직 구성, 무엇보다도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하고 ‘팔 길이 원칙 Arm's Length Organization)’에 입각하여 문화재단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확실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관련하여 박상언(미래콘텐츠문화연구원장)은 「지역문화기관들의 역할 차이와 상생」에서 ‘지방문화원은 향토문화에 보다 가까운 지역문화를, 지역문화재단은 예술문화에 보다 가까운 지역문화를 진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문화원이 함축하는 문화는 향토문화, 문화재단의 문화는 예술문화로 정의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문화재단이 예술진흥과 예술인 지원에 소홀하면서 정치적인 시민문화와 생활문화에 경도되는 것을 막으면서 문화원과 문화재단의 역할 혼선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도봉문화원의 미래

 

 

도봉문화원 개원 20주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도봉문화원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산천의구山川依舊란 말이 통할 수 없는 시대에 살면서 단순히 변화에 순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킬 것은 지키면서, 오늘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주어진 사명이다.

 

그러하기에 오늘의 도봉문화원의 실체를 냉정하게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앞에서 언급한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도봉구의 문화의 중심은 문화원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인구의 유동이 빈번하고,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지방정부의 살림살이를 살펴볼 때 향토문화의 계승과 보존과 지역문화예술 진흥에 중점을 두는 문화원의 역할은 증대되어야 한다.

 

도봉문화원은 도봉산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 유적과 선인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문화유산을 토대로 삼아 향토문화의 계승과 보존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내에 다수의 문화예술인들이 거주하고 있어 이들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을 공유할 수 있는 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물적, 인적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하는냐에 따라 도봉문화원의 위상은 달라질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항은 어떤 것일까? 감히 제언을 한다면 다음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첫째 인력의 전문화와 업무의 지속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문화는 통섭, 협업, 콘텐츠 융합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업무 수행자에 대한 연구지원, 재교육, 파견 등의 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문화행정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 지위 부여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문화원의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의 전문화 또한 시급히 다루어야 할 사항이다. 지역 내에 거주하는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발굴하여 현안에 대한 포럼이나 세미나를 열거나 자문을 구하는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차별화된 문화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민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주민들이 문화원의 회원으로 가입하여 문화원 활동에 참여하는 방안과, 문화소외주민에 대한 배려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센터 등의 타 기관에서 수행할 수 없는 콘텐츠를 개발하여 소외된 주민의 정신적 삶을 고양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층에 필요한 정신적 문화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역사문화 유산을 현실에 맞게 재수용하는 사업이 필요하다.

도봉구가 보유하고 있는 유, 무형의 유산을 통하여 주민 전 계층이 문화의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도록 관내의 학교, 공공기관의 협력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교육 프로그램 개발, 공연과 전시활동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이는 옛것을 오늘의 눈으로 재해석 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심축이 다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도봉문화원은 타 지역 문화원이 가지지 못한 특색 있는 문화 활동을 전개해 왔다. 오늘의 도봉문화원은 그동안 문화원을 이끌었던 원장님들과 임원 여러분, 그리고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 온 직원 여러분의 헌신에 의해 성장해 왔다.

앞으로 도봉문화원은 더 진취적이고, 더 개방적이며, 더 특색있는 문화원으로 거듭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도봉문화원 20년사 에 게제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