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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고대불교 조각대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0. 4. 11:30

인도서 중국, 한반도 거쳐 일본… 佛像 걸작들 다 모였다

입력 : 2015.09.25 03:00 | 수정 : 2015.09.25 11:00

[중앙박물관 '고대불교조각대전']

그리스 조각을 닮은 간다라 불상, 하반신만 남은 반가사유상까지
국가별 최상급 불교조각 전시해… 8개국 26개 기관 210여점 모여

하반신만 우뚝 남은 석조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 압도적 존재감을 내뿜는다. 상체는 어디로 떨어져 나갔을까. 허리 아래만 남았는데도 높이 1.7m, 무게 2.6t. 온전했다면 전체 규모 3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동양 최대(最大) 반가사유상(보물 997호)이다. 1965년 경북 봉화군 북지리에서 우연히 발견돼 경북대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이 7세기 후반 불상이 처음으로 서울에 왔다.

몇 걸음마다 걸작을 맞닥뜨리는 '고대 불교 조각 대전-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에서 가장 마음을 뒤흔든 건 뜻밖에도 신체 불완전한 석조 불상이었다. 오른발을 왼쪽 무릎 위에 걸친 채 치맛자락을 늘어뜨리고 앉은 그가 전시장 막바지에서 우아하고도 강건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수송에만 두 달이 걸렸다. 박물관은 "전시장 바닥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관리과에서 반대해 하중을 검토하고 설계자 자문까지 거쳤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고대 불상 걸작 다 모였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용산 이전 개관 10주년을 맞아 25일 개막하는 이 초대형 특별전은 인도에서 태동한 불교가 중국, 한반도를 거쳐 일본까지 흘러간 과정을 국가별 최상급 불교 조각을 통해 펼쳐 보인다. 석가모니가 처음 인간으로 형상화된 인도 간다라·마투라 지역의 초기 불상부터 우리나라에서 반가사유상 제작이 정점에 이른 700년경까지, 8개국 26개 기관이 소장한 불교 조각 210여점을 모았다. 고대 불상을 주제로 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다.

불교가 태동한 인도의 불상으로 전시 문이 열린다. 부처의 유골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초기 불교에서는 불상 숭배의 전통이 없었다. 1세기 인도의 간다라와 마투라 두 지역에서 부처를 인간 형상으로 만든 불상이 탄생한다. 그리스·헬레니즘 문화가 결합돼 서양 고전 조각을 연상시키는 간다라 불상에 비해 마투라 불상은 비교적 단순하게 얼굴과 신체를 묘사했다.

중국 초기부터 수나라까지 이어지는 2부에서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온 북위 시대 미륵불 입상이 단연 이목을 끈다. 높이 1.43m로 현존하는 중국 초기 금동불 중 가장 크다. 쓰촨성 청두시와 산둥성에서 발견된 불상들은 인도에서 전해진 불상이 지역 문화에 맞게 중국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도 굽타 시대 것과 베트남에서 발견된 불상들도 한편에 전시돼 아시아 국가들의 교류 양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의 미소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국보급 불상이 1500여년 만에 처음 고국을 찾았다. 나라현의 유서 깊은 사찰 호류지(法隆寺)가 도쿄국립박물관에 관리를 넘긴 금동삼존불 입상. 이 불상이 일본을 떠나 해외에서 전시되는 것도 처음이다. 양 옆에 협시 보살을 거느린 주존의 온화한 백제 미소가 금빛 광채를 발한다. 전시를 기획한 민병찬 연구기획부장(불교조각 전공)은 "주존과 광배만 백제에서 건너가고 일본에서 양쪽 협시 보살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백미는 반가사유상만 따로 모아놓은 마지막 4부. 국립중앙박물관의 얼굴인 국보 78호와 83호, 금동반가사유상 두 점이 원형 독립 공간에 나란히 놓였다. 두 반가사유상이 한자리에 전시되는 건 11년 만이다. 어둑한 배경에서 차츰 밝아졌다가 잦아드는 조명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불상 얼굴을 감상할 수 있다. 천천히 두 반가상 주변을 돌면서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만끽하시길.

역대 최고(最高) 최대(最大)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전시다. 전시를 본 문화재계 인사들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국제적 규모의 기획전을 열 수 있을 만큼 국립박물관이 아시아 중심 박물관으로 성장했다는 의미"라고 입을 모았다. 11월 15일까지. 해외 유물 대여 기간 때문에 단 7주만 열리니 서두르는 게 좋겠다. 1688-98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