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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을 생각하며

다산의 시와 문학세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8. 23. 22:38

다산의 시와 문학세계

나호열

Ⅰ. 시의 정의

1. 詩의 어원

言 + 寺

言 : 똑똑하고 고른 말 寺 - 之(발음부호) + 寸(손): 손을 움직여 일한다

寺 : 持의 原字(손을 움직여 일한다) 用人, 寺人

손을 움직여 일한다 ~ 만든다 → 행동과 창작 ← poetry, poesy - poesis

2. 시언지 詩言志 ; 시는 뜻을 향하여 나아간다.

시를 통하여 인격을 도야하며 천지만물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것

3. 서정시 敍情詩와 서사시 敍事詩

Ⅱ. 다산의 문예관

1. 도지현자위지문 道之顯者謂之文

문장학이란 우리 도道의 커다란 해독이다. 이른바 문장이란 무엇이던가? 문장이란 허공에 걸려 있고 땅에 퍼져 있으니, 어찌 바람을 보고 달려가 붙잡기를 바랄 수 있는 것이겠는가? 세상에 보탬이 되지 않는 글은, 한평생 읽고 외워본들 슬프고 우울하기만 하지 천하와 국가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광제일세 匡濟一世

무릇 시의 근본은 부자, 군신, 부부의 윤리에 있으니, 혹은 그 즐거운 뜻을 선양하며 혹은 그 원망하고 그리워하는 뜻을 말하여 전함이다. 그 다음으로는 세상을 걱정하고 백성을 도움이니, 항상 힘없는 자를 돕고자 하며, 가진 것 없이 방황하는 자를 전휼하고자 하며, 불쌍히 여기어 차마 버리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뒤라야 참다운 시다. 단지 자기의 이해에만 구애된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다.

 

3. 다산의 시 정신

시라는 것은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본디 비겁하다면 제 아무리 고상한 표현을 해도 이치에 맞지 않으며, 사상이 본디 협애하다면 제 아무리 광활한 묘사를 하려 해도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때문에 시를 쓰려고 할 때에는 그 사상부터 단련하지 않으면 똥무더기 속에서 깨끗한 물을 떠내려는 것과 같아서 일생동안 애를써도 이룩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천인 성명의 법칙을 연구하고 인심 도심의 분별을 살펴 그 때묻은 잔재를 씻어내고 그 깨끗한 진수를 발전시키면 된다. 저 도연명 陶淵明이나 두자미 杜甫같은 시인들도 모두 이런 방향으로 노력했겠는가. 물론 그렇다. 도연명이 정신과 물질이 서로 영향을 주는 원리를 인식했음은 두말 할 것도 없거니와 두자미는 더욱 이 천품이 높은 데다가 출후측달忠厚惻怛한 도덕과 호매경한 豪邁驚悍 한 기상을 겸비했었다. 범상한 우리들은 일생동안 수양을 쌓아도 그 본바탕의 청수한 점은 두자미에 미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못한 여러 시인들도 모두 당하기 어려운 기백을 가지고 있어서 그대로 본뜨지는 못한다. 설사 노래하여 도달한다 하더라도 그 천품만은 배워서 따를 바가 아니다.

 

Ⅲ. 다산의 시

1. 자신의 소회를 읊은 시

[夏日還苕] 여름에 소내로 돌아오다

1779년(14세) 이때 홍공(다산의 장인 홍화보)께서 경상우도 병사로 나가셨으므로 나는 마침내 아내를 데리고 소내로 왔다가 얼마 후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긴 여름 도성에서 시름하다가 장하수성읍長夏愁城邑

조각배로 물 고을 돌아왔다네 편주반수향扁舟返水鄕

드문 촌가 먼 경치 바라다 보니 촌희성환조村稀成還眺

우거진 숲 서늘함 충만하여라 임무유여량林茂有餘凉

의관은 게을러서 아니 정돈코 의대종오나衣帶從吾懶

시서는 전일의 것 읽어 본다네 시서열구장詩書閱舊藏

진퇴를 아무래도 정하지 못해 행휴고미정行休苦未定

생리를 어부에게 물어나 보리 생리문어랑生理問漁郞

[到舊廬述感]고향집에 이르러 감회를 쓰다 1796년

안개빛 그 가운데 물가의 누각 수각연광내水閣煙光內

누런 고사리 저녁빛 깊어가는데 황미만색심黃薇晩色深

논밭 동산 오히려 눈에 익었고 전원유관안田園猶慣眼

예전의 꽃과 나무 마음 흐뭇해 화목구이심花木舊怡心

처마밑의 제비도 새끼 품었네 량연역신유樑燕亦新乳

숲 속의 꾀꼬리는 즐거운 노래 임앵공호음林鸎空好音

때를 얻은 사물들 부럽다마다 득시감선물得時堪羨物

지팡이 의지하여 서글피 읊네 의장일비령倚杖一悲昤

2. 飢民詩

인생이 만약 흙으로만 살아가련만/ 허리구부려 땅의 털을 먹으니 / 이것이 바로 콩과 조이렸다//

콩과 조는 구슬보다 귀하거니/ 그건들 어찌 넉넉히 먹었을소냐/ 마른 목은 여위어 따오기 모양이요/병든 살갗 주름져 닭살 같구나//

우물이 있다마는 새벽 동자 할 수 없고/땔감은 있다마는 저녁거리 바이 없네/사지는 아직도 움직일 때련만/ 굶은 다리 제대로 걷을 수 없네//

해저문 넓은 들에 부는 바람 서글픈데/ 슬피 우는 저 기러기 어디로 날아가나/ 고을 원님 어진 정사 베풀기 위해/없는 백성 구한다며 쌀 준다 하네//

가다가다 고을 문에 이르러 보면/ 옹기종기 입만 들고 죽솥으로 모여든다/

개 돼지도 버리고 거들떠 안 볼텐데/ 굶주린 사람 입엔 엿보다도 달구나//

어진 정사 한다는 말 당치도 않고/ 주린 백성 구한다니 당치도 않네/ 관가 마굿간엔 마소도 살찌는데/ 이건 바로 우리들의 살일러라//

슬피 울며 고을 문을 나서고 보니 / 눈 앞이 캄캄하여 갈 길은 막연하다/잠시 발 멈추어 마른 잔디 언덕에서/ 무릎을 펴고 앉아 우는 애기 달래노라//

고개 숙여 우는 애기의 서캐 이를 잡노라니/ 두 눈에선 폭포같이 눈물이 곤두서네//

3. 풍자 우화시 불역쾌재행 不亦快哉行 20수 연작시

높은 산 꼭대기에 지팡이 놓고 쉬니/ 구름 안개 겹겹이 하계를 가로 막네/

느지막이 서풍이 백일을 불어가자 /만학천봉이 일시에 드러나네/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4. 백골징포 白骨徵布와 황구첨정 黃口簽丁

1) 사망신고를 받지 않고 계속 세금을 거두는 일

2) 출생신고를 하면 그 다음날로 징집통지서를 보냄

애절양 哀絶陽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노전마을 젊은 아낙 그칠 줄 모르는 통곡소리

哭向縣門號穹蒼(곡향현문호궁창) 현문을 향해 가며 하늘에 울부짖길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불복상가유) 쌈터에 간 지아비가 못 돌아오는 수는 있어도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남자가 그 걸 자른 건 들어본 일이 없다네

​舅喪已縞兒未澡(구상이호아미조) 시아버지는 삼상 나고 애는 아직 물도 안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조자손 삼대가 다 군보에 실리다니

薄言往愬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가서 아무리 호소해도 문지기는 호랑이요

里正咆哮牛去皁(이정포효우거조)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 몰아가고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는 피가 가득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자식 낳아 군액 당한 것 한스러워 그랬다네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음형 당했던가

閩囝去勢良亦慽(민건거세양역척) 민땅 자식들 거세한 것 그도 역시 슬픈 일인데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정한 이치기에

乾道成男坤道女(건도성남곤도녀) 하늘 닮아 아들 되고 땅 닮아 딸이 되지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불깐 말 불깐 돼지 그도 서럽다 할 것인데

況乃生民思繼序(황내생민사계서) 대 이어갈 생민들이야 말을 더해 뭣하리요

豪家終歲奏管弦(호가종세주관현) 부호들은 일년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粒米寸帛無所捐(입미촌백무소연)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는데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똑같은 백성 두고 왜 그리도 차별일까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 객창에서 거듭거듭 시구편을 외워보네

​​[주]잠실음형 : 남자는 거세(去勢)를 하고 여인은 음부를 봉함하는 형벌.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밀실에 불을 계속 지펴 높은 온도를 유지시키는 방이 잠실(蠶室)인데, 궁형(宮刑)에 처한 자는 그 잠실에 있게 하였음. 《漢書 武帝紀》

[주]민땅 …… 거세한 것 : 민(閩)의 사람들은, 자식을 건(囝), 아버지는 낭파(郞罷)라고 불렀는데, 당(唐) 나라 때에 그곳 자식들을 환관(宦官)으로 썼기 때문에 형세가 부호한 자들이 많아 그곳 사람들은 자식을 낳으면 곧 거세를 하여 장획(臧獲)으로 만들었다고 함. 《靑箱雜記》

[주]시구편 : 《시경(詩經)》의 편 이름. 군자(君子)의 마음이 전일하고 공평무사한 것을 찬미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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