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인연 한 자락을 꺼낸다. 꼽아보니 벌써 13년 묵은 인연이다. 여느 인연처럼 시작은 미미했다. 국내 걷기여행 전문 여행사의 말단 사원이라며 그는 월요일마다 상품 자료를 들고 편집국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두메산골을 다녀오는, 되바라지지 않은 비경만 찾아다니는 험한 여정이었다.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504/02/htm_20150402124813d100d401.jpg)
week&은 그와 팔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하나 무용담을 늘어놓기에는 이르다. 그와 함께할 시간이 더 남아있다. 대신 들려줄 얘기는 있다. 운행거리 42만㎞를 넘긴 그의 낡은 SUV 차량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다. 전국의 모든 길을 그는 육신으로 기억한다.
그가 책을 냈다. 『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는 제목의 국내여행 가이드북이다. 제목보다 부제가 더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여행 이야기다. 아니, week&과 떠났던 바로 그 여행 이야기다.
그와 떠난 여행은 거칠었다. 인적 드문 오지만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 그는 모델이 되어야 했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된 적은 없었다. 먼산 바라보는 뒤통수이거나, 나무 사이에 찍힌 점이거나 아니면 카메라 초점 밖의 흐린 윤곽으로 그는 지면에 등장했다.
옛 사진을 뒤적이다 문득 눈앞이 흐려졌다. 사진에는 그의 뒷모습만 있는 게 아니었다. week&의 지난 13년이, 때론 힘겹고 때론 흥겨웠던 지난날이 있었다. 여행은 추억이다. 아니, 사람이다.
글=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손민호 기자,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