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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는 반드시 거북이를 이긴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3. 9. 10:56

 

아킬레스는 반드시 거북이를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2014년 03월 08일

이준호
가톨릭대 생명의과학과
석사과정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거북이와 아킬레스의 경주는 제논의 역설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약하자면 거북이보다 100m 뒤에서 출발하는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추월하기 위해 일단 거북이의 출발점을 지나야 하는데 아킬레스가 거북이의 출발점에 다다르는 순간 거북이는 이미 출발점에서 조금 앞서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영원히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 명제는 무한급수를 통해 부정할 수 있는데 거북이보다 10배 빠른 아킬레스가 거북이의 출발점까지 오는 시간이 10초라고 한다면 10초 후에 거북이가 있던 위치를 지나는 시간은 1초가 걸리고, 다시 11초 후의 거북이 위치를 지나는 시간은 0.1초이기 때문에 무한급수 공식을 이용하면 9분의 100초 후에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제칠 수 있게 된다.



 머리 아픈 수학 공식은 그만 잊자. 다만 아킬레스가 ‘얼마나 뒤처졌는지’, 혹은 ‘얼마나 늦게 출발하는지’는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명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아킬레스가 거북이보다 빨리 움직인다면 그리고 중간에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당연히 거북이를 제칠 수 있다.



 세상에는 나보다 앞선 사람이 너무 많아 보인다. 내 출발선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서 시작점이 나보다 100m는 앞서 있는 사람도 보이고, 이미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도 보인다. 그에 비해 나는 아직 제대로 출발선에 서지도 못한 것 같고 그들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어디 있는지, 언제 출발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언제든 어디서든 출발만 하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지 아닐까. 물론 내 앞에는 거북이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킬레스는 세상에서 제일 빠르기 때문에 충분히 추월할 수 있으며, 누구나 아킬레스가 될 수 있다.



 켄터키 할아버지로 유명한 커넬 샌더스는 이 일 저 일 하다가 40세에 치킨을 튀기기 시작해서 65세에 프랜차이즈를 창업했고 모제스 할머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할머니는 72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에 별세하기 전까지 1600점의 그림을 남겼다고 한다. 굳이 멀리서 예를 찾지 않더라도 최근 6074세대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창업 컨설팅이나, 백화점을 돌며 패션쇼를 하는 등 활발히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 출발점과 출발시간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왜 나는 저들보다 100m 뒤에서 출발해야 하나’ ‘왜 저들은 먼저 출발하나’라며 낙심하지 말고 그럴 시간에 일단 출발해 보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에 푹 빠져서 있는 힘껏 달리다 보면 언젠간 내 앞에 있는 거북이들을 제치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준호 가톨릭대 생명의과학과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