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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9. 15. 17:27

 

김완하의 시 한편 - 북

대전일보 2013-08-06 18면기사 편집 2013-08-05 21:14:31

나호열(1953~)

 
- 북 / 나호열(1953~ )



북은 소리친다

     속을 가득 비우고서

 

가슴을 친다


                    한 마디 말 밖에 배우지 않았다

한 마디 말로도 가슴이

벅차다

그 한 마디 말을 배우려고

북채를 드는 사람이 있다

북은 오직 그 사람에게

말을 건다

한 마디 말로

평생을 노래한다





예로부터 전해져오기를 한 악공은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의 소리를 알아듣는 딱 한 사람이 있어 그를 지음(知音)이라 했다. 그때부터 지음이야말로 자신을 잘 아는 친구라 하여 가장 친한 그리고 소중한 친구라 일러온 것이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이 세상을 떠나자 악공은 다시는 악기를 연주하지 않았다 한다. 친구가 죽자 악기도 소리를 잃고 악공의 존재 또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친구란 그만큼 위대한 존재인 것, 악공에게는 하나의 세계였던 것이다.

북은 자고로 자신의 속을 가득 비우고서야 제 가슴을 치는 것이다. 북은 한 마디 말 밖에 배우지 않고도 그 한 마디 말로는 이 세상의 가슴이 벅찬 것이다. 우둔 한 바 고수는 그제서야 그 한 마디 말을 배우려 북채를 드는 것이다. 아뿔싸 우리는 너무나 많은 말로 귀를 메우고 너무나도 많은 소리로 이 세상을 어지럽혀온 게 아닌가.

이 여름 장마가 긴 것도, 지구가 밤마다 천둥소리로 우주를 울리는 것도 다 북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을 알아주는 단 하나의 지음을 찾고자 하는 것이렷다. 그대에게 묻노니, 그대는 지음을 알고 있는가. 또한 그대는 지음을 가지고 있는가.



시인·한남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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