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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떠도는 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7. 4. 19:12

 

떠도는 섬

 

 

섬들이 부딪치지 않으려고

파도로 외로움을 만드는 시간

눈에 불심지를 매단 차들이

조심조심 좌우로 앞뒤로

순례의 길을 간다

 

섬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섬

무언의 깜빡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신을 닮은 우리는 스스로 고독한 채

말문을 닫는다

 

길 위에 떠도는 다도해

 

긴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해도

물 속에 다리를 묻은 두루미처럼

몹시도 가려운 그리움의 바닥을 쳐다보며

커엉컹 개 짖는 소리 들린다

 

급히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어둠의 벼랑 아래로 아득히 추락하는

떠도는 섬

 

『사상과 문학』 2013년 봄호

 

 

 

어딘가의 무리나 큰 자리에서 떨어져 나온 걸 섬이라 부른다. 가까이에서나 먼 곳에서 바라봐도 떨어져 있는 모습은 외롭고 위태롭다. 섬의 숙명이다. 지구상의 인간은 개개인이 모두 섬이다. 무리지어 살고 있어도 독립된 사상과 감정을 지닌 인간의 기본 구성은 섬일 수밖에 없다. 한 곳에 모여 있어도 언제나 통일된 의견이 성립되지 않고 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자도 꿈이 다른 게 인간이다. 그것이 인간의 발전을 가속시켰으며 자연을 훼손한 원인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부딪치지 않으려는 본능이 외로움을 만들고 앞서가는 지도자를 만들었다. 그러한 습성은 위험한 것을 피하려는 의지를 합하여 종교를 탄생시켰다. 스스로를 신격화 하려는 우월감이 고독을 만들게 된 것이다.

 

떨어져 나온 인간이 길을 만든다. 앞서가려는 우월감 때문이다. 그 길을 다른 사람이 따라오기도 하고 새로운 길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하나하나가 운집하여 만든 다도해는 가려운 곳을 긁을 수 있을 만큼 가깝지만 서로가 그리워하는 것 까지 경계하며 목을 늘려 외면하는 인간, 어둠 속에서 벼랑이 있는 줄 모르고 추락을 상상하지 못하는 안락감에 젖어 산다. 스스로가 섬 인 줄 모르는 채 사는 것이 인간이다.

나호열 시인은 많이 모인 곳에 모여들지만 하나가 되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떨어져 살아가는 인간의 속성을 한 호흡으로 끌어내어 스스로가 섬이 되어 고독과 외로움에 방황하는 모습을 거리의 풍경 속에서 찾아 그렸다.

 

계간 『사상과 문학』 2013년 여름호 계간평 이오장(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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