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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예술정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1. 25. 18:08

진실한 예술정신

한국일보 | 김도언 소설가 | 입력 2012.11.23 20:43

 

문예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자신의 책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예술이 절망과 타협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예술가가 취할 수 있는 자세로 세 가지를 든 바 있다. 그것에 동의를 하건 안 하건, 그 세 가지 실례는 우리 쪽 형편에서 볼 때 크게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아 매우 흥미롭다.

첫 번째 자세는 예술가가 다른 기표로 관심을 옮기는 것, 다시 말해 타 장르로의 관심 이동이다. 예를 들면 문학을 하던 사람이 미술이나 음악 같은 것으로 자신의 활동 영역을 옮기는 것을 이른다. 그럼으로써 예술적 자율성을 억압하는 외부의 정치적 관심을 스스로 해제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자세는 지식 서사적인 글쓰기에 복종하여 정보 전달 중심의 글쓰기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식 서사는 작가의 정통적인 글쓰기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는, 비평이나 리뷰 같은 글을 가리킨다. 이를 통해 작가는 훨씬 더 분명하고 명료한 태도를 취하면서 타협의 가능태로부터 탈출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들고 있는 자세는 아예 글을 쓰지 않는 절필을 택하는 것이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예술가가 자신의 절망을 표현하는 가장 지독한 역설이다. 서구 사회의 문화적 전통에서 예술가들이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취하는 태도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니, 진실한 예술 정신이란 동서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것임을 알겠다.

 

 

김도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