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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1. 16. 15:57

 

황창연 신부의 삶이 행복해지는 인생 강의

우먼센스 | 입력 2012.11.16 09:08

 
    주변을 둘러보면 '사는 게 힘들다'는 사람, 참 많다. 세상과 인생을 이해하고 성실히 산 만큼 행복의 가치와 크기는 달라진다는 황창연 신부. 삶의 지혜와 따뜻함이 묻어나는 그의 한마디가 더욱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이유다. 한 번뿐인 인생, 멋지고 맛있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황창연 신부의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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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신혼부부가 많이 사는 평택 비전동 성당에서 사목할 때 일이다. 남산만큼 배가 부른 신혼부부 집에 들렀는데 '장군' '판사' '검사'라고 쓴 직사각형 도화지가 거실 탁자 위에 흩어져 있었다. "대통령, 판사, 의사되라고 아침마다 읽어줘요"라고 엄마가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의 미래 직업을 엄마가 이미 결정해 놓은 것이다.

    임신하면 태 안에 신비한 생명체가 자란다는 생각보다는 '서울대학 씨'가 자란다고 믿는 것 같다. 배가 부를수록 엄마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능 좋은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 똑똑하라고 임신 기간 내내 대학 입시용 수학 문제를 푸는 엄마도 있다. 이런 엄마한테 태어난 아기들은 기필코 일류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과외와 학원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예비 엄마 아빠들이 "아가야, 세상에 태어나면 우주의 기운을 느끼고 만물을 사랑하면서 자연의 품 안에서 맘껏 뛰어놀고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말한다면 아이는 배속에서부터 행복할 텐데 아기를 기다리는 현실은 입시지옥이다.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식물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생혼(生魂)'이 있고, 동물은 아픔을 느끼는 '각혼(覺魂)'이 있다. 그런데 인간은 선한 일에 기쁨을 느끼고 진리를 깨닫기 위해 고뇌하며, 예술 작품을 보면 감동하고 거룩함을 동경하는 '영혼(靈魂)'이 있다. 식물이나 동물에게 없는 영혼을 가진 자녀에게 고결한 얼을 불어넣어 주어야 하는 부모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중략)

    서머힐 학교를 세운 닐, 피아제, 몬테소리 같은 유아 교육가들은 다섯 살까지 글자나 숫자 같은 고정적 개념을 주입하면 아이들 뇌 기능이 더 이상 발달하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다섯 살 이전에는 공부가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기 알맞은 시기다. 공부 가르치겠다는 지나친 욕심에 자녀에게서 우주와 자연을 빼앗아 자녀의 심성과 뇌가 멍들어가는 걸 부모는 모른다.

    ▶"신부님! 우리 아이가 천재인가 봐요!" 자랑하던 부모들은 10년 후 다시 만나면 덩치가 산만 해진 아들을 째려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신부님! 내 아이는 머리는 똑똑한데 노력을 안 해요!" 아직도 자녀가 천재라고 믿는 모양이다. 인간은 학교 공부하기 위해서만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는데 부모들은 공부 귀신에 홀린 것처럼 학년이 올라가는 자녀들을 입시지옥으로 서서히 몰아간다. 다섯 살짜리 조그만 어깨에 서울대학 합격이라는 짐을 지우는 건 너무 무겁고 잔인한 형벌이 아닐까? 다섯 살은 엄마, 아빠 품에서 깔깔거리고 뛰어다니며 조막만 한 손으로 온 세상을 만지작거려야 할 나이다.

    ▶ 사실 공부를 잘한다 해도 행복한 삶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1백70가지 직종의 사람들에게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하고 물었는데 늘 반에서 상위권에 있던 의사들은 1백69번째로 꼴등이었다. 행복은 결코 성적순이 아니다. 공부 잘하면 행복하고 못하면 불행하다는 잘못된 공식 때문에 심성은 착해도 성적 나쁜 아이들이 불행한 세상을 살고 있다.

    ▶ 공부에 취미가 없는 머리 나쁜 자녀를 죽어라 공부만 시키면 자녀는 죽을 맛이다. 자녀가 끊임없는 엄마 잔소리와 무시, 경멸하는 눈빛을 받다 보면 성격이 삐뚤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부 못하는 자녀를 행복하고 경쟁력 있게 키우고 싶다면 학원 보낼 돈으로 이곳저곳 많이 데리고 다녀라. 지리산 종주 등반, 소백산 철쭉 축제, 꽃동네 자원봉사, 수도원 피정, 자동차 박람회, 건축 박람회, 전자 기계 박람회, 숲 체험, 울산 앞바다 고래 체험, 박물관, 소녀시대 공연, 음악회, 전시회를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끊임없이 데리고 다니다 보면 성격 좋고 능력 있는 청년으로 성장할 것이다. 하다못해 학창 시절을 되돌아볼 때 1등 들러리한 기억보다는 수많은 추억이라도 간직할 수 있다. 자녀를 행복하게 키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이를 생긴 대로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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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부부를 위해

    부부는 사랑의 끈으로 묶여 있어야 행복하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오늘날 부부를 이해하는 가치 기준이 새로워져야 한다. 부부가 서로에게 축복이 되려면 경청, 칭찬, 안아주기, 함께 여행하기, 다정한 대화하기, 함께 살림하기, 단점 눈감아주기, 서로에게 자유 시간 허락하기 같은 훈련이 필요하다.

    ▶ 아무리 사랑하는 부부 사이라도 끊임없는 잔소리는 용서가 안 되듯이 사랑에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결혼하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거라는 환상을 가진 젊은 남녀의 경우 헤어질 확률이 높다. 남편 될 사람은 아내가 친엄마처럼 무조건 잘해 줄 거라 믿고 아내를 늙은 엄마 대용품쯤으로 생각하면서 젊고 예쁜 여자와 결혼한다. 아내는 남편이 친정아빠처럼 따듯하게 돌봐줄 거라고 굳게 믿으며 결혼한다. 하지만 엄마처럼 무조건 감싸고 용서해주는 아내는 없다. 엄마는 아들이 무슨 잘못을 해도 제 몸에서 나온 자녀이기에 용서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을 휘두르면 친엄마처럼 오래 참아주기는커녕 바로 헤어지자고 한다. 아내 또한 남편이 친정아빠처럼 잘해주리라 기대하지만 그런 남편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결혼 생활은 연애할 때처럼 마냥 좋은 일만 생기고 달콤함만 지속되지는 않는다. 부부로 살다 보면 경제문제, 주도권 싸움, 육아 방법, 살림살이 분담 문제, 시댁 식구와의 갈등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지뢰들이 곳곳에 묻혀 있다. 결혼은 달콤하기만 한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 부부가 젊었을 때부터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운동을 하며 취미 생활을 같이 했다면 쉰 살이 되어 남편이 집 안에 있어도 싫증 나지 않는다. 둘이서 함께할 일이 있다면 남편의 실직이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1백 년을 사는 시대에 부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하고 무미건조한 젊은 시절을 보낸 부부가 너무 많다.

    ▶ 신혼 때부터 안사람, 바깥사람 구분하지 말고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요리도 같이 하고, 단둘이 공원 산책도 다니고, 함께 포장마차 가서 데이트도 하고, 영화도 보러 다니는 부부는 애인같이 늙어갈 수 있다. 부부 훈련이 필요하다. 사이가 좋지 않은 황혼 부부들을 모아놓고 서로 사랑하는 법을 훈련시켰더니 이혼하겠다던 부부 가운데 85%가 신혼 때 기분으로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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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유럽 여행 중 비행기를 바꿔 타느라 하루 종일 공항 대합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음식을 시켜놓고 글을 쓰고 있는데 내 앞에 예순 살이 훨씬 넘어 보이는, 머리가 하얀 노부부가 서로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한 시간 넘도록 남편이 아내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허니 아이 러브 유" 하며 낯 간지럽게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이 한국 사람인 나로서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공개된 장소에서 하는 키스는 젊은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다 늙은 부부가 자연스럽게 키스하는 장면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안사람, 바깥사람 개념이 분명한 우리나라 노부부 가운데 과연 몇 쌍이 그렇게 사랑 고백을 할 수 있을까?

    ▶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부모처럼 다 자란 자녀에게 대학 등록금 대주고, 용돈 주고, 때 따라 철 따라 스키장·해수욕장 다니라고 유흥비 대주는 나라는 없다. 외국인 눈에 비친 이상한 한국 문화의 첫 번째를 차지하는 건 부모가 다 큰 자녀의 대학 등록금 대주는 거란다.

    ▶ 열심히 땀 흘려 번 돈은 자녀가 아니라 부부를 위해 써야 한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사는 모습이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자신도 꾸며야 하지만 남편도 멋있게 꾸며주어야 한다. 뉴욕에서 식사에 초대받아 갔는데 부인이 차에 타자마자 이마를 치면서 "아차!" 하더니 급히 집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멋진 신사 모자를 갖고 나왔다. 나 주려고 준비한 모자인가 내심 기대했는데 남편한테 줄 모자였다. 식당에서 만난 남편에게 중절모를 주면서 날씨가 추운데 당신이 아침에 모자 없이 나가서 내가 가져왔노라고 다정히 말한다. 남편이 중절모를 쓰는데 그렇게 부럽고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남편을 꾸며주는 부인을 보면서 모성애도 느끼고 매력도 느꼈다.

    ▶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는 맛과 사는 멋이 없다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중년 부부가 세상살이를 50년 이상 쉬지 않고 달려왔다면 한 번은 쉬어야 한다. 하다못해 우리 콧구멍도 쉰다. 콧구멍 두 개는 서너 시간마다 활동을 교대한다. 한쪽 콧구멍이 냄새를 맡는 동안 다른 콧구멍은 쉰다. 50년 동안 육신을 혹사시켰다면 고생한 육신을 쉬게 해주어야 한다. 사람은 쉼을 통해 사는 멋을 만끽할 수 있다. 하느님도 6일 일하시고 일곱째 날 쉬지 않으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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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명한 남편 십계명

    1 아내에게 져주어라.

    2 아내 편을 들어라.

    3 살림살이를 도와주어라.

    4 예쁘다고 칭찬해주어라.

    5 음식을 맛있게 먹어라.

    6 남들 앞에서 아내 흉을 보지 마라.

    7 일주일에 한 번 아내 대신 요리해라.

    8 결혼기념일, 생일을 꼭 챙겨라.

    9 함께 여행 다녀라.

    10 아내와 손잡고 성당에 가라.

    ◆ 지혜로운 아내 십계명

    1 부드러운 말로 잔소리해라.

    2 자신을 예쁘게 꾸며라.

    3 집을 깔끔하게 가꾸어라.

    4 맛있는 요리 가짓수를 늘려라.

    5 다른 남편과 비교하지 마라.

    6 혼자만 말하지 마라.

    7 남편에게 감사와 감탄을 자주 해주어라.

    8 남편에게 혼자 있을 시간을 주어라.

    9 함께 여행을 다녀라.

    10 남편 취미에 동참하라.

    ▶ 팔짱 끼고 다니는 서양 노부부는 많은데 한국에서는 노부부가 손잡고 데이트하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젊어서부터 자녀 키우느라 부부 사랑이 가려졌다. 미국 부부들은 파티에 가면 자녀들을 돌봐주는 도우미를 데려다 놓고 부부끼리만 오붓하게 외출하는데 우리는 어딜 가도 아기를 끌어안고 다닌다. 당연히 부부가 팔짱 낄 기회는 줄어들고 부부 사이는 점점 벌어진다. 늙어서는 아예 각방을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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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하게 사는 법

    운동하라│평생 열심히 일해 돈 벌어 재산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하더라도 몸이 아파 쓸 수 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1분 걸으면 수명이 2분 연장된다고 한다. 칠십 평생 날마다 30분 동안 걷는다면 적어도 4년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감사해라│욕심 많은 사람의 특징을 살펴보면 감사하지 못한다. 한도 끝도 없는 욕심을 채우려고 애쓰는데 언제 감사할 시간이 있겠는가. 감사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움켜쥘 수 있다.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이라는 산의 정상에 이미 올라가 있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사귀어라│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나를 지지해주고 내 편이 되어줄 친구가 적어도 한두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행복이라는 산에 오를 때 손을 맞잡고 함께 오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훨씬 수월한 등반이 되리라.

    텔레비전을 거실에서 치워라│텔레비전을 치우면 시간이 남아돈다. 운동할 시간, 독서할 시간이 생긴다. 또 가족과 대화할 시간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기도할 시간이 생긴다.

    공부해라│'나는 이제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는 이제 더 이상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백 살까지 무시당하지 않고,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려면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는 사람은 활기 넘치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웃어라│웃음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개는 입이 튀어나와 웃을 수 없다. 예쁜 치아와 입술과 입 주위 근육을 가지고 웃지 않는 인간은 개 표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자신에게 잘해주어라│내가 행복하면 주위 사람이 나를 조금 소홀하게 대접해도, 내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늘 참고 인내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착해 보이고 성실한 그리스도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마음에는 스트레스가 쌓여 있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어라│어려운 이웃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사는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외로움도 즐겨라│만일 '외롭고 뭔가 허전하고 가슴 한군데가 비어 있다'고 느껴진다면 바로 그 순간이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 떠나야 하는 시기임을 깨달아야 한다. 굳이 외로울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혼자만 고요히 머무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행복한 에너지를 갖고 싶은가? 혼자 머물러라.

    하느님 안에 머물러라│세상 어느 누구한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 손을 내밀어주는 위로의 샘이 있다.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다.

    ※ 황창연 신부는…

    강원도 평창의 성 필립보 생태마을을 이끌며 나라 안팎에 서 강의를 하는 그는 1992년 수원교구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종교철학과 환경공학을 공부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 농사꾼 신부 유럽에 가다 > < 어디로 가야 하나 > < 사는 맛 사는 멋 > 등을 펴냈다. 현재 평화방송TV '황창연 신부의 행복특강'으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리:김은향 기자 | 사진:신빛, 오승현, 양수열 | 발췌: < 사는 맛 사는 멋 > (황창연 지음, 바오로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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