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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한국인의 문화 DNA 3 흥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1. 9. 15:58

 

세계가 반한 K팝과 국악, 결정적 매력은 관객과 호흡하는 '興'

  • 허윤희 기자
  • 입력 : 2012.09.20 03:06 | 수정 : 2012.09.20 09:49

    [③흥(興)] 판소리 명창 안숙선, 아이돌 가수 아이유

    "아이고, 예쁘네. 손이랑 몸을 움직이는 게 꼭 발림(판소리의 몸짓) 같은데? 이렇게 휘감아 내는 게 자연스럽고 좋네요."

    명창 안숙선(63)이 아이패드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감탄했다. 올해 초 일본 도쿄에서 펼쳐진 아이유(19)의 공연 실황 영상. '좋은 날'을 열창하는 화면 속 아이유를 보며 안씨는 "목소리도 판소리 하는 목이야. 판소리 했으면 좋았을걸" 하고 웃었다. 판소리계의 프리마돈나와 K팝 대표 아이돌이 만났다. 국악에서 K팝으로 이어지는 한국인의 '흥'과 '신명'을 확인한 자리. 세대와 장르의 벽을 뛰어넘은 이들의 교감은 서울 남산국악당 ‘다반사’에서 한국국학진흥원 주관으로 이뤄졌다.


    듣다 보면 어깨춤이 절로

    아이유 사물놀이나 마당놀이 하면 어깨춤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어르신들이 한데 어우러져 어깨춤 들썩이시는 모습이요. K팝이 인기 끄는 것도 듣다 보면 절로 신이 나니까 통하는 게 아닐까요?

    안숙선 그게 다 함께 가무를 즐기는 한국인의 '끼'가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흥이 많죠. '신바람 난다' '신명 난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 흥만큼 한(恨)도 많은 민족인데 한을 흥으로 풀어서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죠. 판소리 안에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노래와 함께 울고 웃으면서 고단한 삶을 잊는 거지.

    안숙선 명창은“판소리에서 흥나는 대목은 주로 굿거리장단”이라며 부채를 펴더니‘흥보가’한 대목을 들려줬다. 아이유는“선생님과 무대에서 한 곡 같이 부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아이유 판소리에도 흥겨운 대목이 많나요?

    안숙선 '흥보가' 중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흥보가 끼니 걱정에 매품 팔러 갔다가 허탕 치고 신세 한탄을 하는데 마누라는 오히려 매를 안 맞아서 좋다고 덩실덩실 춤을 춰요. "흥보 마누라 좋아라/흥보 마누라 좋아라/얼씨구나 절씨구…." '심청가'에서도 심청이가 갖은 고생 끝에 왕후가 돼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에선 얼씨구 장단이 안 나올 수가 없지. 그러니까 흥이 최고조로 오르려면 한도 최고로 이끌어야 돼. 상황이 반전됐을 때 두 배로 흥이 나지 않겠어요?

    언어 뛰어넘어 객석과 혼연일체

    안숙선 외국에서 판소리를 공연하면 신기하게도 듣는 분들이 소리 구조를 다 이해해. 1988년 겨울 스웨덴에서 '춘향가'를 불렀는데 눈이 엄청 쌓였는데도 관객이 꽉 찼어요. 휠체어 타고 온 관객 한 분이 그러더라고요. 자막 없이도 기쁠 때와 슬픈 대목의 성음(聲音)이 다르고 표정이 달라서 다 이해했다고.

    아이유 저도 해외 공연할 때 한국어를 모르는 관객들이 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게 신기해요. 말이 안 통해도 리듬과 멜로디, 가수의 표정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느꼈죠. 걸그룹이 군무(群舞)를 출 때도 관객들이 같이 추잖아요. 집단이 함께할 때 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안숙선 객석 반응이 아주 중요하죠. 청중이 집중하면 나도 점점 소리에 몰입하고 그들과 혼연일체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 순간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오로지 내 소리밖에 없어.

    아이유 전 앙코르 나올 때가 제일 짜릿해요. 관객이 긴 시간 동안 내 노래를 듣고도 더 원할 때. 확실히 제가 잘한 날은 소리가 더 금방 크게 나와요.

    안숙선 아이유가 고음이 굉장히 높게 올라간다던데. 어떻게 득음을 했나?

    아이유 어머, 아니에요. 저는 정석대로 내는 소리가 아니고, 고음 내려고 이렇게 저렇게 연습하다가 혼자 터득한 방법으로 내요. 득음은 아니고요.

    우리 스스로 더 자랑스러워해야

    안숙선 K팝 열풍이 반짝하고 끝나지 않으려면 클래식, 국악 등 다른 장르와도 교류를 많이 해야 돼요. 우리 둘이 아리랑이나 판소리 한 대목을 같이 불러도 좋지. 예쁜 아이유가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부르면 얼마나 멋지겠어. 젊은이들이 전통음악을 많이 접하지 못하니까 어렵다고 하지 자꾸 들려주면 느끼게 돼 있어요.

    아이유 저도 지금 '한번 배워볼까' 생각하고 있었어요(웃음). 선생님과 같이 무대에서 한 곡 부를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오늘 느낀 건데 한국인의 '흥'을 더 퍼뜨리려면 우리 스스로가 더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 같아요. 우리끼리 과장하는 것도 안 좋지만, 스스로 너무 겸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판소리도 K팝도 조금 더 자랑스러워하고, 외국인들에게 "우리 것 멋있지?"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만큼 멋있는 문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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