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

오징어를 씹으며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0. 11. 8. 00:11

오징어를 씹으며 / 나호열

 

 

어쩌자는 것인가
심심풀이로 씹고 있는
오징어의 은근한 짠맛이
죽어서도 완강히 남아 있는
오기와 같아
나는 더 억센 입질로
씹고 씹는다
바다를 물어 뜯듯이

오징어는 알고 있는가
죽임을 당한 그의 죄를
단지 왕성한 식욕을 못이겨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그의 죄를,
미치겠어, 휘황한 저 불빛을
온몸으로 입고 싶었던 허영의
날카로운 갈고리
지금
누가 부드러운 손길을 내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에 홀려
낚시에 걸려들고 있는가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뜬구름   (0) 2010.11.23
연기煙氣   (0) 2010.11.20
카나리아   (0) 2010.10.30
오늘의 뉴스   (0) 2010.10.29
통조림   (0) 201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