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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

카나리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0. 10. 30. 22:21

카나리아 / 나호열

-囚人을 위하여

 

 

 

물을 주세요. 양식을 주세요. 푸른 하늘을 보여 주세요
너는 지금 울고 있다
ㅡ 좀 더 자연스런 환경을, 외로움을 덜어 주세요
너는 지금 울고 있다
ㅡ 이 속박을, 자유롭게 죽을 수 있도록 풀어 주세요
너는 지금 울고 있다 네가 울면 울수록 상쾌하다

십자로 엇갈린 주파수는 지금 어디에 닿고 있는가
카나리아는 지금 이 약육강식의 현장에서는 살 수가 없다
카나리아는 철장으로 만든 새장 속에서 산다
남이 거둔, 조나 수수, 한 컵의 물로
남의 일 주일을 산다
아무도 카나리아의 본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부화장에서 태아난 카나리아가 울음을 그치고
횃대에서 떨어져 죽었을 때
한 주먹도 되지 않는 그의 시신을
아무도 자연의 품으로 돌려주지 않는다
온갖 휴지와 함께 쓰레기통에 버려지면 그뿐
내일이면 또 다른 카나리아가
그의 큰 집에서 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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