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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도시, 다람살라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10. 17. 16:57


그는 두 팔로 순례길 걸었다…달라이라마 머무는 영적 도시
카드 발행 일시2025.10.16
에디터
김영주


1주일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인도 뉴델리공항 입국심사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자의 뒤로 20대 후반쯤 돼보이는 청년 네댓 명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20대의 건장한 남성들이 천금 같은 연휴를 즐길 여행지로 왜 인도를 택했을까 궁금증이 일어 말을 붙였다.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인도에서) 나를 찾는 여행을 하러 왔어요.”

누구나 마음에 둔 여행지, 마음에 둔 길이 있을 것이다. 인도는 이날 만난 청년들처럼 ‘나를 찾는 여행지’ ‘나를 되돌아보는 여행지’로 통한다. 그중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아래 놓인 작은 도시 다람살라(Dharamsala)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적인 도시’라 할 수 있다. 올해 만 90세가 된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Dalai Lama, 티베트의 정치·종교 지도자)의 거처이면서 그를 중심으로 수천 명의 티베트 불교 승려가 수행하는 곳. 또 티베트(중국 시짱자치구)에서 망명한 수만 명의 티베트인이 살고 있으며, 이들의 영적 삶을 보고 함께 느끼고 싶은 여행객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곳이다. 한국 스님 30여 명도 다람살라에 기거한다.

달라이 라마의 거처 남걀사원을 도는 코라(순례) 길을 소개한다. 한 바퀴 도는 데 약 1.6㎞. 30분이면 도는 짧은 길이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길에서 만난 한 노파는 “매일 세 번 돌면 업장(業障)을 씻을 수 있다”고 했다. 길이 풍기는 경건한 분위기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길이었다.


                                     인도 북부 히말찰프라데시주에 있는 다람살라 남걀사원 코라 길. 김영주 기자

다람살라에 이른 건 지난 5일. 이튿날 오전 달라이 라마의 법회가 열려 그곳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일정을 잘 맞추면 먼발치에서 달라이 라마를 접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그러나 다음 날 달라이 라마는 참석하지 않았다. 고령인 탓에 몸이 편치 않아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남걀사원 코라(kora, 순례)를 세 번 도는 것으로 갈음했다.

영적 도시, 다람살라

                                                                    다람살라 노블링카 사원. 김영주 기자

티베트의 성도 라싸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작은 라싸’로 불리는 다람살라는 1959년 달라이 라마가 이곳으로 망명하면서 티베트인 집단 거주지가 됐다. 인도 북부 히말찰프라데시주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 자리 잡은 다람살라는 아래 다람살라(Lower Dharamsala, 1250m)와 위 다람살라(Upper Dharamsala, 1800m)로 나뉜다. 달라이 라마의 거처는 어퍼 다람살라 맨 위 언덕에 있다. 사원 일대와 티베트 박물관 절 아래 시가지를 합쳐 맥그로드 간즈(McLeod Gunj)로도 불린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밤이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불 밝히는 바자르(시장) 로드를 지난다. ‘히피들의 도시’로 유명한 바라나시, 포카라(네팔)의 밤거리와 비슷하다.

맥그로드 간지 입구에서 남걀사원 앞까지는 어수선했다. 어지러이 늘어선 티베탄과 인도풍의 음식점, 가뜩이나 좁은 도로의 가장자리를 점령한 노점상과 식료품점, 그 비좁은 틈을 경적을 울려대며 파고드는 이륜차와 삼륜차 사륜차. 걷는 이들은 앞뒤 좌우를 살피고 걸어야만 한다. 네팔 에베레스트로 가는 중에 만나는, 티베트인들이 세운 도시 남체 바자르(Namche Bazar, 3440m)의 시가지보다 더 번잡하고 복잡했다.'

특히 이날 아침은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다람살라의 우기는 보통 9월 말께 끝나지만, 올해는 10월까지도 아침마다 스콜(열대성 소나기)을 쏟아부었다. 또 다람살라는 고지대, 습한 날씨 때문에 연중 안개가 자욱하다. 이날도 해발 2000m 산허리는 안개가 밴드처럼 둘려 있었고, 3000m 이상 봉우리는 안개에 가려 아예 보이지 않았다.

                                        원숭이 한 마리가 다람살라 남걀사원 코라 길을 걷고 있다. 김영주 기자

남걀사원은 맥그로드 간지 로드 끝에 있다. 언덕 위에 소박한 사원이 있고, 그 옆으로 달라이 라마가 거처하는 초록빛 지붕 집이 나란히 붙어 있다. 순례길은 이 사원을 마주 보고 왼쪽 길로 들어선다.

코라는 사원 입구에서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시작됐다. 길 안쪽으로 치렁치렁 나뭇가지를 드리운 전나무 군락이 순례자를 맞았다. 우산도 없이 비를 추적추적 맞으면서 혼자 걷고 있는데, 뒤에서 십수 명의 학승이 재잘거리며 내려왔다. 법회를 마치고 숙소가 있는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중인 듯했다. 그중 건장한 체격을 한 소년은 나이키 운동화와 나이키 배낭을 메고 있었다. 불교에 귀의한 몸이지만, 저 또래 남자아이들이라면 꼭 갖고 싶은 물건일 게다. 근방은 티베트 어린이 학교가 있다. 다람살라 학승 중에서도 이 학교 출신이 꽤 있다고 한다.

순례는 시멘트로 포장된 고샅길로 이어졌다. 길 옆으로 티베트 불교를 상징하는 마니차(불교 경전이 담긴 원통형 바퀴)와 ‘옴마니밧메옴’이 새겨진 마니석(경전이나 진언 등을 새긴 돌), 오색 룽다(경전을 새긴 깃발)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숫제 ‘옴마니밧메훔’의 길이었다. 옴마니밧메옴은 관세음보살의 육자진언(六字大明呪)으로 업장이 사라지고 공덕이 생긴다는 뜻이다. 옴(Om) 성취, 마니(mani)는 보주, 반메(padme)는 연꽃을 뜻한다.

비가 온 때문인지 길에 순례자가 많지 않았다. 대신 이 길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덩치 큰 원숭이가 곳곳에서 어슬렁거렸다. 노란색 머리와 노란색 꼬리를 한 원숭이들은 순례자가 놓고 간 음식을 먹는다. 마치 자기 몫의 공양을 받은 듯 여유롭게 음식을 해치운다. 그래서 하나같이 몸집이 토실토실하다. 뒤에서 보면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원숭이가 아니라 오리나 거위를 보는 것만 같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지만, 덤벼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얌전한 짐승이다.

                                                       다람살라 남걀사원 코라를 도는 순례자. 김영주 기자

한 바퀴를 다 돌 무렵, 한 사내를 만났다. 언덕을 내려가 시작 지점으로 가는 오르막에서다. 그는 비를 피해 가림막 아래 작은 벤치에 홀로 앉아 있었다. 그 옆으로 알루미늄 목발 2개가 놓여 있었다. 처음엔 하반신이 없는 사람인 줄 알고 흠칫 놀랐다. 가까이서 보니 두 다리가 불편한 지체 장애인으로 작고 마른 다리를 윗옷 안에 감추고 있었다. 붉은 두건을 쓰고 재킷 안에 두 손을 푹 찔러 넣은 사내는 자리에서 꿈쩍 앉고 지나는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절간 앞을 지키는 사대천왕처럼.

그는 먼저 말을 걸었다. “프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매일 이 길을 나선다고 했다. 자신의 몸을 오직 두 팔과 목발에 의지한 채 순례길을 도는 사내. 그는 지난한 업보(業報)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피안(깨달음의 세계)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일까. 비록 불편한 몸이지만, 정갈하게 앉아 있는 그의 자세는 보리수 아래 부처의 결가부좌와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 코라,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조금씩 그치면서 붉은 가사(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승복)를 입은 승려들과 재가 불자(속세의 집에서 살면서 불교 수행을 하는 신자)의 순례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길가에 놓인 거의 모든 마니차를 다 돌리며 걸었다. 티베트 불교에선 그 자체가 수행으로 여겨진다.

마니차 안에는 불경이나 진언이 적힌 종이가 들어 있는데, 그래서 마니차를 한 번 돌릴 때마다 그 경전을 한 번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이 생긴다고 한다. 솔직히 네팔 히말라야를 숱하게 다니던 시절엔 마니차를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선 스님들의 행렬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이 길이 주는 경건함 때문이지, 우산도 없이 추적추적 내린 비에 두 시간 동안 맞고 있어 감성적으로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세 번째 코라도 다를 건 없었다. 붉은 가사를 한 승려와 학승, 노파, 원숭이, 옴마니반메옴.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세 번 돌고 나니 왠지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전날 심한 배앓이를 하느라 밤새 뒤척여 몸이 피곤했지만, 혼자 순례길을 걷다 보니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꼈다. 거리를 메운 빈자들과 몸 아픈 순례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소 너그러워졌다.

                                                             다람살라 남걀사원. 김영주 기자

가뿐해진 몸으로 남걀사원을 한 번 더 들렀다. 부처를 모신 법당에선 법회가 한창이었다. 법당과 달라이 라마의 거처 사이 공터에선 수업을 마친 학승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학교에 다녔다면 중·고생 정도 됐을 법한 학승들은 방석과 빗자루를 들고 장난질하느라 야단이었다. 그 나이 또래 남자아이들과 다를 게 없었다.

법당을 바라보는 마당 한복판에 벤치 2개가 있다. 그중 정면을 바라보는 곳에 자리 잡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 자리에 앉으면 달라이 라마의 거처 입구가 보인다. 고개만 돌리면 이 사원을 두루 둘러볼 수 있는, 가장 푸근한 자리. 혼자서 명상에 들기 좋은 자리다.

전날 저녁 만난 현조 스님은 “아무리 공부해도 풀리지 않는 답을 찾아” 티베트 불교에 귀의했다고 했다. 그는 출가 전 KAIST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다람살라에 와서 5년간 티베트 말을 배우고, 이후 수행에 들어간 지 15년. 스님은 “이제 불경을 읽을 줄 아는 정도”라고 수줍게 말했다. 20년 수행자의 해맑은 미소, 영적 도시 다람살라의 미소였다.

다람살라 주변 트레킹 코스

                                                                  다람살라 남걀사원 코라. 김영주 기자

박수폭포 길  

맥그로드 간즈 시가지에서 동쪽 오르막에 있다. 박수 로드(Bhagsu Road)을 따라 오르면 박수 마을과 사원이 나오고, 거기서 다시 ‘폭포 가는 길’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이 폭포에 몸을 씻으면 업보를 씻을 수 있다 해서 거의 모든 사람이 발을 담그거나 목욕을 한다. 가벼운 산책이나 하이킹 코스로 좋다. 도보로 30분 거리다.

트리운드 트레킹  

해발 약 2900m 트리운드(Triund, 2900m) 고개까지 가는 트레킹이다. 맥그로드 간즈 시가지에서 시작해 다람코트를 지나 트리운드에 이르는 길로 약 9㎞. 고갯마루에 서면 다람살라의 아래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지낼 수도 있다. 현장에서 예약하면 텐트를 설치해 주고 침낭 등을 빌려준다. 한나절 트레킹으로 적합하다.

라카 고트 빙하 트레킹  

트리운드에서 하룻밤을 자고 인드라하르 패스(Indrahar Pass)를 넘어 라카 고트((Laka Got, 4300m) 빙하까지 올라가는 코스다. 대개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다람살라에서 가장 긴 코스다. 가이드 없이는 위험하며, 되도록 현지 업체에 컨택하는 게 좋다. 가격은 약 15만원(1인) 선이다.

그 밖에 트리운드~라헤스 동굴(6㎞), 라헤스 동굴~차타 파라오(11㎞), 차타 파라오~쿠아르시(14㎞), 쿠아르시~차나우타(16㎞), 차나우타~가롤라(12㎞) 트레킹 등 코스가 다양하다. 맥그로드 간즈에서 다람코트 가는 길에 있는 등산 센터(Regional Mountaineering Centre)에 조언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3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