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슬픔.1
문득 의자가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의자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으므로
제 풀에 주저앉았음이 틀림이 없다
견고했던 그 의자는 거듭된 눌림에도
고통의 내색을 보인 적이 없으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결합했던 못을
뱉어내버린 것이다
이미 구부러지고 끝이 뭉툭해진 생각은
쓸모가 없다
다시 의자는 제 힘으로 일어날 수가 없다
태어날 때도 그랬던 것처럼
타인의 슬픔을 너무 오래 배웠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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