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바람과 놀다 (2022.12)

타인의 슬픔.1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0. 10. 17:04

타인의 슬픔.1

 

 

 

문득 의자가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의자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으므로

제 풀에 주저앉았음이 틀림이 없다

견고했던 그 의자는 거듭된 눌림에도

고통의 내색을 보인 적이 없으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결합했던 못을

뱉어내버린 것이다

이미 구부러지고 끝이 뭉툭해진 생각은

쓸모가 없다

다시 의자는 제 힘으로 일어날 수가 없다

태어날 때도 그랬던 것처럼

타인의 슬픔을 너무 오래 배웠던 탓이다

 

 

 

 

 

 

'바람과 놀다 (2022.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에게 말 걸기  (0) 2024.10.03
낙타에 관한 질문  (0) 2024.09.30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0) 2024.09.26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4  (0) 2024.09.19
칼과 집  (0) 2024.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