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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옛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2. 2. 13:41

옛길

 

당신에게도 아마 옛길이 있을 것입니다. 운하처럼 서로 얽히고 설켜 피를 나눈 길들이 당신의 기억 속에 아직 남아 있을 것입니다. 헤어질 때에는 될 수 있으면 뒤로 돌아 등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얼굴을 마주 한 채로 뒷걸음을 치면서 고통스럽겠지만 조금씩 멀어져가는 당신의 얼굴이 점으로 보일 때까지, 길이 휘어져 더듬더듬 사라질 때까지, 제각기 자기 갈 길을 가는 것 보다는 한 사람이 지나간 길을 되짚으며 가는 것이 이별이라고 말해야겠지요 옛길은 무너지고 쉬어 간 발자국처럼 들꽃이 피고 가끔씩 하늘이 내려와 가슴을 땅에 대어 보기도 하고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한 옛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먼저 가고 뒤를 따른 것일 뿐 그래서 아직 찾을 수가 없을 뿐 옛길은 자꾸 한 걸음씩 마음속으로 내려앉지만 가끔씩 무지개를 속절없이 걸어놓기도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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