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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必在汶上矣(오필재문상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 12. 13:56

吾必在汶上矣(오필재문상의)

중앙일보

입력 2024.01.11 00:19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노나라의 실권을 장악한 권신인 대부 계씨(季氏)가 공자의 제자 민자건에게 노나라에 속한 ‘비(費)’ 땅의 읍재(邑宰:읍장)를 맡아달라는 전갈을 보내왔다. 민자건은 전갈을 전하러 온 사자에게 “나는 읍재 벼슬에 뜻이 없으니 그대가 돌아가서 말을 잘 전하게. 만약 나를 다시 부른다면 나는 노나라를 떠나 제나라의 문수(汶水) 물가로 은거해 버릴 것이오”라고 말하였다. 부정한 권력자 밑에서는 어떤 벼슬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어지러운 나라에서 부귀를 누리는 사악한 권력의 부름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강직하게 거절하면 화를 입을 수 있고, 약하게 대하면 욕됨을 당할 수 있다. 이에, 민자건은 차라리 다른 나라로 가서 은거할 각오로 벼슬 제안을 거절하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吾: 나 오. 在: 있을 재, 汶: 물 이름 문. 나는 반드시 ‘문(汶)’이라는 물가에 있을 것이다. 25x74㎝.

권력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줄을 서는 지금의 우리나라에는 민자건과 같은 인물은 아예 없는 것 같다. ‘직(直)’한 사명감은 없고 오로지 ‘직(職)’만 탐하는 무리가 화를 당할지 욕을 당할지에 대한 가늠도 없이 그저 눈앞의 이익을 향해 불나비처럼 덤비고 싸우는 흉한 꼴을 보이고 있다. 탐하는 자보다 오히려 피하는 사람 중에서 인재를 골라 세우는 국민의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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