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더라도 부디 3시간만 머물러달라" 가평군 씁쓸한 호소 왜
경기도 가평군 전경. 경기관광누리집(ggtour.or.kr) 출처
“부디 3시간만 머무르다 가시기를….”
인구 급증으로 고심하는 경기도 내에서 유독 인구 감소 현상이 뚜렷한 가평군의 장건효 인구정책팀장에게 인구감소 원인과 대안을 묻자 나온 탄식이다. ‘3시간’은 지난 1월 1일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통해 새로운 법정 용어로 등장한 ‘생활인구’로 집계되는 최소 체류 시간이다.
도민 1400만명 시대를 연 경기도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화성시·하남시·김포시·평택시·시흥시처럼 인구 증가 속도가 우려를 낳은 기초자치단체도 있지만 가평군·연천군·포천시·동두천시 등은 다른 지방의 시·군과 다를 바 없는 소멸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
동두천시 소재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케이시(Camp Casey) 앞 외국인관광특구 거리. 2016년 6월 주한미군 1기갑전투여단이 철수하는 등 병력을 줄이면서 거리의 활기가 사라졌다. 손성배 기자
경기북부와 ‘헌 도시’ 비상
가평군(2023년 4월 기준 6만3005명)은 연천군(4만2769명)과 함께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경기도의 둘뿐인 인구감소지역이다. 가평군은 전년 대비 837명, 연천군은 38명이 줄어들었다. 지난 2021년 가평군에서는 640명이 사망하고 242명이 태어났고 연천군에서는 496명이 죽고 217명이 태어나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크게 웃돌았다.
경기북부의 대표적인 군사도시인 포천, 동두천도 국군과 미군을 재배치했지만, 기업 등 일자리 유치가 더뎌 ‘관심 지역’으로 분류됐다. 서울과 도내 타지역을 잇는 도로가 크게 확충된 것이 오히려 이 지역의 인구감소를 촉진한다는 아이러니도 벌어지고 있다. 포천시 인구정책위원회 위원인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는 “포천시가 인구를 잃는 가장 큰 이유는 살만한 집이 없다는 것”이라며 “고속도로가 나면서 양질의 주택을 찾아 인접 도시(양주, 의정부 등)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1989~1991년 준공돼 30년이 넘어 ‘헌도시’로 불리는 분당·중동·평촌 등 1기 신도시를 품은 도내 기초지자체도 심각한 인구 유출 문제를 겪고 있다. 성남시의 지난달 인구는 2016년 8월보다 5만9371명 줄어들었다. 안산시(5만9866명), 부천시(5만5881명), 안양시(5만258명)에서도 인구 감소 현상이 뚜렷하다.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몸살이 심한 광명시의 인구는 같은 기간 6만692명이 줄었다.
2021년 12월을 끝으로 운영을 중단한 경기도 안성시 안성모아산부인과의원 분만실. 김재유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제공
울음소리보다 곡소리
도 전체로 보면 느는 인구도 모두 전입 증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경기도의 고민 거리다.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 자연 인구가 감소하는 ‘데드 크로스’ 현상은 경기도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2017년 자연증가율(인구 1000명당 증가한 인구수) 2.9로 1.4에 그친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이었다. 2018~2020년(2.2→1.7→1.1) 내리 감소하면서도 2021년(전국 -1.1)까진 양의 수(0.7)로 버텼지만 지난해 결국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3700명 많은 자연증가율 -0.3을 기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따라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문제들은 경기도에서도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2007년부터 안성모아산부인과의원을 운영 중인 김재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2021년 12월 분만실을 폐쇄했다. 안성의 유일한 분만실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김 회장은 “경기도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분만 인프라 취약지가 아니기 때문에 분만실을 운영하더라도 의료수가 50% 지원 등 보전을 받을 수 없었다”며 “산부인과는 응급의학과 만큼이나 필수의료 분야이기 때문에 어느 지역이든 구멍을 잘 메워야 한다. 산모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도저히 운영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경기도 오산시에선 2009년부터 예식장이던 건물을 상조업체가 인수해 2021년 장례식장으로 용도 변경한 뒤 영업을 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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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도 인구가 1400만명을 넘어 거대한 지역이 됐지만, 시군 별 편차가 매우 크다”며 “경기도는 국가적 차원의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문제와 지역별 편차와 불균형이라는 또 다른 모순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재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의 자연증가율과 사회적증가율을 더한 값인 인구 증가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손성배·최모란·심석용 기자 son.sungbae@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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