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 즉문즉설 "손가락만? 손바닥 봐라…그럼 알게 된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정토회 지도법사인 법륜 스님(70)은 ‘즉문즉설’로 유명하다. 사람들이 겪는 삶의 온갖 고뇌를 듣고, 바로 그 자리에서 답을 한다. 많은 사람이 그 답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유가 있다. 스님의 답 속에 불교의 이치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26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은 것도 ‘이치’였다.
나와 세상, 그리고 우주가 숨을 쉬고 작동하는 원리. 그걸 깨우칠 때 불교의 수도자는 “아하!”하고 탄성을 지른다. 그리고 깨달음의 노래를 읊는다. 그게 ‘오도송(悟道頌)이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삶의 문제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수시로 해법을 제공한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아하!”하고 나름의 오도송을 부른다.
법륜 스님이 서울 서초구 정토사회문화회관 옥상에 있는 법당 앞에 서 있다. 백성호 기자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27일)을 앞두고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그 뒤에 흐르는 이치의 강을 짚어본다. 마침 오는 25일 서울 강남의 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The JoongAng Plus(프리미엄 디지털 구독서비스)-인사이트 세미나’의 강연자로 법륜 스님을 초청했다. The JoongAng Plus 구독자를 대상으로 200명을 초청한다. 법륜 스님의 즉문과즉설에는 과연 어떤 강이 흐를까.
#번뇌가 보리다
불교에는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라는 말이 있다. 우리를 힘들고 괴롭게 만드는 삶의 번뇌와 깨달음의 지혜가 둘이 아니란 뜻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괴로움은 괴로움이고, 깨달음은 깨달음이지. 어떻게 그 둘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법륜 스님은 이렇게 답한다. “공성(空性)은 모든 존재의 특성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실상은 텅 비어 실체가 없다.” 이 말은 최첨단 현대과학인 양자물리학의 궁극적 화두와 통한다. “세상은 입자인가, 아니면 파동인가.” 이 말을 우리의 삶에 대입하면 이렇게 된다. “나를 괴롭히는 번뇌는 덩어리가 있는 입자인가, 아니면 그저 조건에 따라 작용하고 사라지는 파동 같은 존재인가.”
법륜 스님은 꿈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칼 든 강도가 나를 쫓아오는 악몽을 꿀 때, 꿈속에서는 분명히 강도가 있다. 두려움에 떨며 도망치다가 더는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구해달라고 비명을 지른다. 그때 누군가 나타나서 강도로부터 벗어날 길을 열어준다. 그때 두려움(苦)에서 벗어나 안도(樂)하게 된다. 꿈에서는 분명 고(苦)가 있었고, 그 고를 벗어나서 낙(樂)을 얻었다.”
법륜 스님은 구체적인 현실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즉문즉설을 통해 불교의 이치를 전한다. 백성호 기자
그러다가 잠을 깨고 눈을 뜨면 알게 된다고 했다. 그 모두가 꿈이었음을 말이다. “강도는 본래 없었고, 강도가 없으니 두려움도 없고, 도망갈 일도, 도움을 요청할 일도, 나를 구해줄 사람도, 내가 보호받을 일 또한 없다. 꿈에서 깨어나야만 그것이 꿈인 줄 안다.”
법륜 스님의 메시지는 삶이 꿈같으니, 그저 허무하고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꿈의 정체를 알고, 꿈의 정체를 깨달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이 자유롭다는 뜻이다. 꿈이 꿈인 줄 알고서 꿈을 꾸는 사람은 꿈에 매일 수가 없다. 오히려 그 꿈은 자유의 무대, 자유의 바다가 된다.백성호의 현문우답 다른 기사
법륜 스님은 우리의 삶도 그렇게 꾸려보자고 말한다. 그래서 즉문즉설을 통해 “번뇌가 곧 보리”임을 대화의 방식으로 풀어간다. 어려운 불교 용어나 종교적 이론이 아니라 피부에 착착 감기는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통해서 하나씩 일깨운다. 지지고 볶는 삶의 온갖 괴로움, 그 정체를 뚫고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보자고 말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묻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번뇌가 본래 보리인 까닭이다. 우리가 걸려서 넘어지는 그물이 실은 바람처럼 통과할 수 있는 그물이기 때문이다. 스님의 즉문즉설은 그걸 일깨운다.
#손가락을 볼 때 손바닥도 보라
우리는 흔히 말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한다.” 우리는 삼라만상을 단독자들의 집합으로 여긴다. A, B, C, D의 개체가 따로 떨어져 있어서 무한 경쟁을 펼친다고 본다. 그렇게 보면 자연 생태계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세계다.
법륜 스님은 달리 말한다. 우리의 삶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내가 살려면 네가 죽어야 하고, 내가 행복하려면 네가 불행해야 하고, 내가 너를 딛고 일어서야 성공하는 삶이라고들 생각한다. 그게 아니다. 경쟁하고 투쟁해서 승리하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 그물처럼 연관돼 있다.”
그 그물에서 보면 이렇다고 했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고, 네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하다.” 여길 보라며 법륜 스님은 손바닥을 펼쳤다. “여기 다섯 개의 손가락이 있다. 손가락만 보면 다섯이 각각 별개다. 그런데 손바닥을 보면 달라진다. 다섯 손가락이 모두 연결돼 있다. 그들은 결코 각각의 단독자가 아니다.”
법륜 스님은 "우리는 따로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백성호 기자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법륜 스님은 역설한다. “우리 역시 별개의 독립된 존재가 아니다. 모두 연관된 하나의 존재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삶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막연히 두려워한다. ‘나’라고 고집할 것이 없으면 나의 존재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겁을 먹는다. 그런 이들에게 법륜 스님은 말한다. “‘나’를 고집하지 않으면 오히려 인연 따라 나투게(모습을 드러냄) 된다. 그 시간과 그 공간에서 꼭 필요한 누군가로 말이다. 이 이치를 깨달으면 우리의 삶이 훨씬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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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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