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동자석·나주 돌장승…조선의 걸작”
입력 2022.05.16 00:02
유홍준 교수
“그림은 사물을 본뜬 것이니 천지간의 것 가운데 그 오묘함을 그림으로 전하지 못할 것이 없다(···) 나는 화가에게 명하여 내가 그동안 거쳐왔던 관아들을 그리게 했다.”
조선시대 여러 고을의 수령을 지낸 한필교는 자신이 일했던 열 다섯개의 관아를 그린 화첩 『숙천제아도(宿踐諸衙圖)』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현재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조선시대 관아 중 대부분이 옛 모습을 잃고 그 사진조차 남은 게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료적 가치는 값으로 매길 수 없다”고 평가했다.
조선 중종 때 문신 최명창 묘 동자석. 돌장승의 백미로 꼽힌다. [사진 눌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 교수가 최근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4』(눌와)를 펴냈다. 『한국미술사 강의』는 유 교수가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우리나라 미술사 흐름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쓴 개론서다. 2013년 3권 이후 9년 만에 출간된 4권의 주제는 독특하다. 건축부터 조선시대 왕릉과 사대부 묘에 세워진 조각상(능묘조각), 마을을 지킨 장승, 불교미술을 두루 다뤘다.
전남 나주 불회사 돌장승 중 하원당장군. 돌장승의 백미로 꼽힌다. [사진 눌와]
전남 나주 불회사 돌장승 중 주장군. 돌장승의 백미로 꼽힌다. [사진 눌와]
그는 이번 책에서 불교미술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조선 전기의 불교미술, 산사의 미학, 조선 후기 불상과 불화, 불교 공예까지 분석했다.
“조선은 숭유억불(崇儒抑佛·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함)의 나라라고 여기며 불교미술을 미미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양식상으로 고려시대 불교미술과 다르고 그 자체로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임진왜란 이후 불교는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해 전국에 거대한 사찰을 짓고 많은 불상과 불화를 봉안했다. 조선시대는 ‘숭유억불’이 아니라 ‘숭유존불’(崇儒尊佛) 시대로, 조선 후기에 불교미술이 전성기였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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