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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대통령 태우고 달린 메기 닮은 열차, 국가문화재 된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2. 10. 15:43

30년간 대통령 태우고 달린 메기 닮은 열차, 국가문화재 된다

노형석 입력 2022. 02. 10. 14:16 수정 2022. 02. 10. 14:26 댓글 4
 

 

1969~2001년 대통령 전용 디젤전기동차
메기 대가리 닮아 '메기특동' 별명도
문화재청, 국가문화재로 등록 예고
1969~2001년 대통령 전용 디젤전기동차로 쓰였던 ‘메기특동’. 문화재청 제공

 

 

1969~2001년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들이 탔던 열차를 ‘특별동차’, 줄여서 ‘특동’이라고 불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지방 순시를 가면서 탔던 열차다. 1969년 일본 제작업체가 선두부가 2층으로 툭 튀어나온 현지 특급 전망열차를 모델 삼아 한국 정부에 납품했던 이 특제동차는 메기 대가리를 닮아 ‘메기특동’이란 별명을 갖고 있었다. 어떤 역이든 ‘메기특동’이 들어오면 떠날 때까지 다른 열차들은 무조건 기다려야 했다.

 

최고 권력자를 태우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던 이 ‘메기특동’이 나라에서 지정한 공식 문화유산이 된다. 문화재청은 1969년부터 30여년간 쓰이다 2001년 퇴역한 뒤 의왕철도박물관에 보관되어온 ‘대통령 전용 디젤전기동차’와 1930~80년대 수인선·수려선 철도에서 운행했던 협궤 디젤동차 2종, 일제강점기 운영했던 터우형 증기기관차 유물을 국가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9일 발표했다.

1919~35년 운행된 터우 5형 700호 증기기관차. 문화재청 제공

 

등록 예고된 ‘대통령 전용 디젤전기동차’는 한량 길이가 25m로, 집무실, 침실, 수행원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1927년 제작돼 50년 이상 쓰이다 지난 2008년 근대문화재로 등록된 ‘대통령 전용 객차’와 달리 기관실과 객차가 한몸으로 연결된 얼개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이 전국 산업현장과 철로, 다리 등 기반 시설 준공식 등에 참석할 때 애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80년 10월 충북선 복선 선로 개통식 때는 그 전달 1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던 전두환이, 1993년 8월 대전엑스포 개막식 때는 김영삼 대통령이 탑승했으며,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청와대가 새마을호 열차의 외관을 갖춘 ‘경복호’를 새로 납품받아 사용하며서 현역에서 물러났다.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협궤동차 163호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협궤 디젤동차 163호’와 ‘협궤 객차 18011호’는 1965년 인천공작창에서 제작된 옛 열차들이다. 1930년대 개통돼 1980년대에 폐선된 수원~인천 구간 ‘수인선’과 수원~여주 구간 ‘수려선’에서 운행됐다. 당시 생계와 학업을 위해 이 열차를 타고 다녔던 경기도 서민의 애환이 깃든 생활문화유산으로 꼽힌다. 터우형 증기기관차는 1914년 생산된 ‘터우 5형 700호’ 기종으로 1919~35년 운행됐다. 앞쪽과 뒤쪽에 각각 바퀴 4개, 6개가 달린 터우형 증기기관차로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어 철도 역사 측면에서 가치가 큰 유물이다. 철도차량 4건은 한달간 각계 의견을 들은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가 확정된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1894년 동학농민전쟁 당시 농민군 한달문이 쓴 한글 편지를 국가문화재로 등록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소장해온 이 유물은 전남 화순에서 동학농민군으로 활동하다 나주 감옥에 투옥된 한달문이 어머니에게 구명을 호소하며 보낸 것으로, 당시 동학농민군의 처지와 실상을 짐작할 수 있는 희귀한 사료로 평가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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