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꽃 이름 외우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11. 19. 14:38

 

꽃 이름 외우기

 

아주 먼

먼 어느 날에

꽃을 보고 이름을 지어주고

꽃말을 가슴에 묻어둔 사람이 있어

그 꽃말 하나하나가 모두

내가 배우고 따라야 할 말씀이어서

보고 또 보고 얼굴을 기억해도

고들빼기를 씀바귀라 하고

수국인지 불두화인지 헷갈려 할 때

문득 떠오르는 우리라는 말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어딘가 닮은

그 언제인가

몸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갈래 길에서 머뭇거리던

아주 먼 어느 날이 가여워진다

나는 왜 개망초이고

당신은 왜 망초인가

 

이제는 꽃 이름을 외우지 않을테다

모든 이름 뒤에 나는 그저 꽃이라는

훈장을 달아줄테다

 

 

이 모든 꽃의 꽃말은 외우지 않아도 된다

모두 사랑합니다

 

*현대시학 2022년 1,2월호 원고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감  (0) 2022.04.04
봄비  (0) 2022.03.31
구름시편  (0) 2021.11.05
바다를 읽다  (0) 2021.11.01
초원으로의 초대  (0) 202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