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름 외우기
아주 먼
먼 어느 날에
꽃을 보고 이름을 지어주고
꽃말을 가슴에 묻어둔 사람이 있어
그 꽃말 하나하나가 모두
내가 배우고 따라야 할 말씀이어서
보고 또 보고 얼굴을 기억해도
고들빼기를 씀바귀라 하고
수국인지 불두화인지 헷갈려 할 때
문득 떠오르는 우리라는 말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어딘가 닮은
그 언제인가
몸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갈래 길에서 머뭇거리던
아주 먼 어느 날이 가여워진다
나는 왜 개망초이고
당신은 왜 망초인가
이제는 꽃 이름을 외우지 않을테다
모든 이름 뒤에 나는 그저 꽃이라는
훈장을 달아줄테다
이 모든 꽃의 꽃말은 외우지 않아도 된다
모두 사랑합니다
*현대시학 2022년 1,2월호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