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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양심묵의 남원 사랑 이야기(1)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9. 2. 13:36

양심묵의 남원 사랑 이야기(1)

전북도청에서 공직생활을 마치고 고향 전북 남원으로 귀향했다. 남원은 ‘춘향가’와「춘향전」을 배경으로 판소리와 고전 문학의 꽃을 피운 사랑의 도시이다. 춘향 이야기는 남녀 간의 사랑을 넘어 저항· 평등·개혁이라는 시대정신까지 담아내고 있다. 춘향 문화의 의미를 조명하고, 이몽룡과의 사랑이 얽힌 역사적 장소를 문화탐방 형식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 구절, 바로 판소리 ‘춘향가’ 중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을 노래한 ‘사랑가’ 한 대목이다. 사실 춘향가 가락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춘향가의 주인공인 성춘향과 이몽룡이 어디서 사랑을 속삭였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남들에게 왜 남원이 ‘사랑의 도시’인가를 설명하면서 광한루원 등 이몽룡과의 사랑이 얽힌 장소를 소개한다.

달나라 월궁으로 들어가는 명승 제33호 광한루원 청허부(광한루 정문 현판). [사진 양심묵]


남원에서 춘향은 단순히 소설 『춘향전』, 판소리 ‘춘향가’의 여자 주인공으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이 도령과 춘향이 처음 만난 광한루, 이별의 눈물을 뿌린 오리정, 춘향이 버선을 벗어 던지며 울었다는 버선밭 등 소설 『춘향전』을 이루는 공간이 현실 세계에서도 뚜렷이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데다, 남원 상징답게 춘향은 1931년부터 매년 5월 춘향제를 통해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광한루는 춘향과 이몽룡이 음력 오월 오일 단옷날 극적으로 만나 사랑을 시작했던 장소다. 광한루의 동쪽에는 마치 그 절개를 상징하듯 대나무 숲이 있고, 이곳에 바로 춘향의 일편단심(一片丹心)을 기리는 춘향사당이 있다. 사당 안에는 춘향의 영정도 모셔져 있다.


보물 제281호 광한루와 견우직녀의 사랑을 이어주는 오작교.


그 광한루가 있는 정원을 통칭해 광한루원(廣寒樓園)이라 부른다. 특히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정원 광한루원은 대한민국 명승 제33호다.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 천상으로 인도하는 오작교, 삼신산의 방장정과 영주각, 천승의 신선들이 살았을 광한루, 달나라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완월정이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지니고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곳곳에 춘향의 향내가 가득해 더욱 특별하다.

그런 곳에서 남원 사또의 아들 이몽룡은 그네를 뛰는 기생의 딸 춘향을 보고 한눈에 반했고, 이들은 이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후 부부의 연을 맺고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어느 날 몽룡이 아버지를 따라 한양으로 가게 되면서 그들은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달나라 풍경을 감상하는 완월정.

삼신산 중 하나인 방장정.


두 사람은 “둥둥둥 내 낭군, 오호둥둥 내 각시 가슴에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 빨갛게 빨갛게 물들어가는 밤. 시간아 가지를 마라, 나를 두고 가지를 마라”라고 노래할 만큼 깊게 사랑했지만, 양반 자제와 기생 딸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사랑이 하도 절절해서 그런지 유독 광한루원 내에 있는 오작교만 지나치면 이별을 서러워했던 춘향의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되면서 애정의 들끓음과 사무침이 떠오른다.

또 그럴 때마다 이별가 중 한 대목인 “갈까부다, 갈까부다. 님을 따라서 갈까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님을 따라서 갈까부다”라는 가사도 오버랩 됐다. 그런 가운데 춘향은 변사또가 권력을 이용해 온갖 시련을 줬어도 오직 절개와 수절로 사랑을 지키며 어사(御史)가 된 이몽룡과 재회해 결국 사랑을 완성한다. 일편단심 춘향 사랑 이야기에는 찬란하고 애틋한 사랑의 모든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광한루원에서 취타대와 함께.


시작은 남녀 간의 사랑이었을지 몰라도, 춘향은 자신의 사랑을 통해 신분제약을 뛰어넘는 시대적 저항정신, 인간평등, 사회개혁이라는 춘향 정신까지 만들어냈다. 그런 정신은 마치 ‘청송녹죽(靑松綠竹)’처럼 변함없이 고향을 사랑하라는 메시지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신념까지 두루 갖추라는 남원 정신 같다.

이러한 정신을 혼자 느끼기엔 남원 광한루원 시절의 아름다움, 그리고 춘향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몽룡을 향한 춘향의 일편단심, 또 그녀가 남기고 간 다양한 사랑의 징표들과 정신이 궁금하다면 어느 한날, 남원 광한루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봐도 좋을 듯하다.

남원시체육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갈까부다, 갈까부다…" 춘향 이별가 부른 오작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