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속삭여요 "힘내!"… 진안서 나를 치유한다
조선일보 입력 2020.08.28 03:00
[뜬 곳, 뜨는 곳] 전북 진안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긴 섬진강은 전국 도 3곳, 시·군 10곳에 걸쳐 212.3㎞를 흐른다. 굽이굽이 도는 긴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은 전북 진안군 상추막이골에 있는 작은 샘 '데미샘'이다. 섬진강 발원으로 유명한 데미샘은 올해 많은 비가 내려 평년보다 맑은 샘물이 끝없이 솟아올랐다. 폭염 특보가 내려졌던 지난 18일 오후 3시쯤 찾아간 데미샘 주변 기온은 27도로 선선했다. 데미샘은 진안 신암리 마을 정자 앞에서 1㎞쯤 올라가면 나온다.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느린 걸음으로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오솔길로 이뤄진 탐방로 사이사이에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이 펼쳐졌다. 탐방로를 지나던 관광객들은 데미샘에 손을 넣으며 "섬진강으로 가는 첫 물이 얼음장같이 시원하다"고 했다.
지난 12일 오후 2시쯤 전북 진안군 부귀면에 있는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진안~전주를 연결하는 지방도로 1.5㎞ 구간에 메타세쿼이아 나무 500여 그루가 줄지어 있다. /진안군
1평 남짓한 데미샘을 떠난 물은 500리를 흘러 남해에 도착한다. 수백 개의 지류를 받아들이면서 전북·전남·경남 등 3개 지역 너른 평야에 물을 댄다. 송애란 데미샘자연휴양림 팀장은 "데미라는 말은 전라도 사투리 '더미(봉우리)'에서 나왔다"며 "데미샘이 있는 봉우리를 '천상데미'라고 부르는데,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란 뜻이다"라고 말했다.
데미샘을 품은 선각산(1141m) 자락에 오는 2023년 국립 지덕권산림치유원이 들어선다. 진안군은 '치유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이 사업 유치에 뛰어들었다. 급격하게 인구가 줄어 발전 동력을 잃어가고 있던 지역 경제를 살릴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진안 인구는 1995년 4만명이었다. 불과 5년 뒤인 2000년엔 3만1000여명으로 줄었다. 그사이 전북 서부권에 하루 135만t의 생활·공업 용수를 공급하는 용담댐이 들어서면서 수몰 지역이 생겼기 때문이다. 진안군은 산림치유원을 유치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인근에 있는 장수와 무주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각자 자신의 고장이 최적의 입지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자연경관과 휴양시설이 갖춰져 있는 진안이 낙점받았다.
진안군 진안읍 홍삼스파 옥상에 있는 노천탕에서 관광객들이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 뒤쪽에 말의 귀처럼 솟은 두 봉우리가 마이산이다. /진안군
산림치유원은 백운동 계곡 일대 617㏊에 '나를 풀어내는 숲' 이라는 의미를 담은 '해아림(解我林)'을 주제로 만들어진다. 백운동 계곡 일대는 301종의 식물과 조류 52종, 포유류 41종이 산다. 도롱뇽 등 희귀 양서류와 함께 천연기념물 제327호 원앙과 제328호 하늘다람쥐도 서식하고 있다.
진안군과 전북도는 산림치유원이 완공되기 전부터 체험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짧게는 일주일부터 길게는 수개월까지 숲속에 머물며 숲에서 난 음식을 먹고 신체·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김용운 전북도 숲문화팀장은 "숲에서 가벼운 운동을 경험한 노인은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노화를 지연시키는 멜라토닌의 체내 농도가 실내운동 참여 노인들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경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산림 치유프로그램을 실행한 결과, 우울 수준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안군은 산림치유원과 지역 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해 '치유 관광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다. 코로나 이후 심신의 치유를 찾아나설 전국의 관광객을 불러모으겠다는 목표다. 진안군 정천면 국립 운장산 자연휴양림 자락에 있는 '에코에듀센터'가 대표적이다. 4만8000㎡ 부지에 환경·보건 교육관, 친환경 주거 체험동, 아토피케어 등의 시설을 갖췄다. 아토피 예방과 치료뿐 아니라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에코에듀센터 인근에 있는 조림초등학교 학생들이 매해 숲 트레킹, 건강차 마시기, 산속 명상 등의 에코에듀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조림초는 교실 바닥을 원목, 벽은 황토로 만들어 학생들의 아토피 질환을 관리하며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받았다. 아토피를 치료하러 서울·경기·전주 등 다른 지역에서 학생들이 전학을 오기도 한다. 진안 지역 마을과 마을을 잇는 '진안 고원길'도 힐링 관광 코스다. 평균 해발고도 3 00m에 있는 마을 100여 곳과 고갯길 50여 곳을 지나는 고원길 200㎞엔 진안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다.
전춘성 진안군수는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커지면서 숲을 찾는 방문객은 매년 늘고 있고, 산림 치유는 이런 관광 트렌드와 잘 맞닿아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자연이 주는 치유 프로그램을 찾아나설 관광객을 진안으로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8/20200828001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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