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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가 찾아낸 순우리말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6. 17. 15:04

 

 

 

말모이가 찾아낸 순우리말… '한컴'에 탑재합니다

조선일보 채민기 기자 입력 2020.06.17 05:00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35] 한컴그룹 김상철 회장

한컴그룹 김상철(67) 회장은 "한컴은 빚이 있는 회사"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래아한글'로도 불리는 한컴의 문서 작성 프로그램 '한글'은 전국 관공서·교육기관·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국민 소프트웨어'다. 그러니 한컴은 "국민과 국가가 키워준 기업"이라는 의미다. 김 회장은 "한글을 널리 알리고 한글 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이 한컴의 사회적 책무"라면서 "한컴 사람들 모두의 생각"이라고 했다.

김상철 회장이 플로피디스크 시절부터 한글과컴퓨터에서 개발한 문서 작성 프로그램 '한글'을 껴안고 있다. 벽에 한글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걸려 있다. /오종찬 기자

 

전기 회사 영업사원 출신인 김 회장은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해온 기업인이다. 1990년 창립한 한컴을 인수한 것은 2010년이었다. 2014년엔 한컴그룹을 출범시켰고 현재 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해 1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김 회장은 "한글이라는 상징성이 인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한컴은 당시 경영진의 배임·횡령 의혹이 불거지며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런데도 한컴을 인수한 것은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한컴과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한컴은 인공지능·로봇을 비롯한 첨단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국민적 성원에 보답하는 활동의 하나로 김 회장은 한글의 세계화를 꼽았다. "한글이 한자나 알파벳 못지않게 우수한 문자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합니다. 한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좋은 기회입니다." 2017년부터 해외 세종학당, 한국학교 등에 한컴오피스(문서작성기를 포함한 사무용 프로그램 묶음)를 기증해오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25억원이 넘는다. 김 회장은 "재외동포와 외국인 약 16만명이 편리하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한컴그룹의 로봇 '토키'.

 

한컴오피스에는 다양한 한글 서체와 한글 사전이 탑재된다. 단순한 문서작성기가 아니라 한글의 조형미를 일깨우고 어휘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종합 선물 세트인 셈이다. 예컨대 올해 한글날 공개를 목표로 한컴에서 개발 중인 훈민정음 해례본 기반의 서체가 한컴오피스에 탑재될 예정이다. 또 한컴그룹이 후원사로 참여한 본지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캠페인에서 수집한 순우리말 단어들도 사전에 추가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조선일보가 주도하는 21세기 말모이 운동에 대해 "사라져 가는 우리말을 찾아내 보존하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당연한 일이지만, 전 국민적 운동을 선뜻 시도하는 곳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올해 9월 코드게이트는 한글을 주제로 출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한컴그룹이 후원하는 코드게이트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해킹 방어 대회다. 김 회장은 "전에 윷놀이를 문제로 낸 적도 있었으니 한글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아리랑TV·세종학당과 함께 한글의 독창성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참여한다.

김 회장은 "훈민정음은 국내적으로도 더 널리 알려야 한다"면서 "누구나 한글을 알지만 훈민정음 창제를 둘러싼 이야기는 생각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했다. '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하자'는 지론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문화재로서 숭례문의 가치가 있 습니다. 다만 훈민정음은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우리 고유의 문자인 만큼 상징성이 큰 국보 1호로 하면 어떨까요?"

한글을 고민하는 회사답게 한컴그룹은 기업 문화도 '말랑말랑'이라는 표어로 요약한다. 유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자는 다짐을 담았다. "기업도, 세상도 모두 유연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걸 표현하는 '말랑말랑'이라는 말, 멋지지 않나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7/20200617001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