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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희생자 낳는 거짓 도덕주의자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7. 9. 23:33

 

억울한 희생자 낳는 거짓 도덕주의자들

 
동양학 가라사대
가짜 도덕이 세상을 채우고 마녀사냥도 서슴지 않는다. 노랫말에 시비 걸고, 책의 글 몇 줄 뽑아 여성혐오로 단죄한다. 이런 가짜 도덕 현상을 청(淸)나라 유학자 대진(戴震)은 “법으로 치죄 당하면 동정이라도 받지만, 도덕적 프레임으로 낙인 찍히면 동정의 여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가짜 도덕은 억울한 희생자를 낳는다는 말이다.
 
일부 여성들이 가짜 도덕을 들고 나왔다. 여성은 약자이니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겉으로 보자면 공리적(utility)이니 상황에 따라 ‘차별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내용에 도덕적 의무론을 슬그머니 끼워 넣고는 모두가 지켜야 할 ‘보편 윤리’라고 우긴다. 이러니 가짜다.
 
페미니즘은 원론적으로 남녀평등을 말한다. 동등한 조건과 자격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는 약자를 자임하며 남성에게 강자나 가해자의 역할을 강요한다. 그런데, 이런 도덕은 낯익다. 남녀를 분리하고 상하를 차별하던 유교가 그랬었다. 평등을 외치면서 실은 가장 차별적인 유교적 태도를 취한 것이다.
 
유교적 도덕에 대해 노자(老子)는 “큰길(大道)이 막히니 인의(仁義)가 생겨나고… 도덕적 행위(禮)는 주장하는 자를 따르지 않으면 팔을 걷어붙이고 멱살을 잡아끈다”는 재미있는 분석을 한다.
 
노자의 논리를 찬찬히 뜯어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그는 가짜 도덕보다 인간적 감성(仁義)을 먼저라 한다. 인(仁)이란 타인의 아픔에 동감하는 마음이고, 의(義)란 마땅치 못한 일에 느끼는 분노다. 인간적 감성이 살아 있는 진짜 도덕이다. 반면에 가짜는 “멱살 잡는” 삐뚤어진 이기심이다.
 
노자는 도덕보다 ‘큰길’이 먼저라고 한다. ‘큰길’이란 말 그대로 마을의 큰길, 도시의 큰길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로 치면 모든 이가 모이는 아고라(agora)이고, 서울로 치면 광화문이다. 모든 길이 합쳐지고 모든 시민이 모이는 광장이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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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이나 서양이나 사람이 지나면 길이 생기고, 길이 합쳐져 도시를 이룬다. 그래서 어디나 광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선다. 시민들은 길을 따라 광장에 모여 장사를 하고, 토론도 하고 집회를 열어 여론을 만든다. 그렇다. ‘큰길(大道)’이란 광장에 모인 시민의 민주적 합의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거짓 도덕주의자들은 약자를 자임하며 진짜 약자의 자리를 빼앗고는 모두를 가해자로 몰아세운다. 평등을 내세우나 분리와 차별의 유교적 스탠스를 취하고는 반대자에게는 여성혐오 프레임을 씌운다. 이토록 가짜는 교활하다.
 
노자의 진단을 되짚어 보자. 광장의 합의는 남녀평등이다. 다음으로는 불평등으로 인한 희생과 아픔을 동감하고 의분하는 도덕적 연대(solidarity)다. 큰길에는 문을 없애야 하고(大道無門), 도덕군자는 큰길만 행할(君子大路行)일이다. 가짜란 길을 잃고 타락한 이기심이기에 결코 진짜를 이길 수 없다.
 
 
이호영 현 중앙대 중앙철학연구소 연구원. 서강대 종교학과 학사·석사. 런던대학교(S.O.A.S.) 박사. 동양학 전공. 『공자의 축구 양주의 골프』『여자의 속사정, 남자의 겉치레』『스타워즈 파보기』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