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연탄공장은 돌아간다… 온기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하여
입력 : 2015.12.19 03:00
50년 넘게 한자리 지켜온 연탄공장 '고명산업' 가보니
석탄이 연탄 되기까지 4분
3.6㎏짜리 두장은 버거워
이문동 연탄공장 없어지면
서울 유일의 연탄 공장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 2곳 중 한 곳인 금천구 시흥동 '고명산업' 박병구(69) 대표는 올해 직원들 연말 보너스 줄 일이 걱정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맘때 고명산업 근처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트럭이 몰렸다. 공장 앞마당뿐만 아니라 근처 금천구청 앞 도로까지 연탄을 가지러 온 트럭 100여대가 빼곡했다. 지난 15일 이곳엔 트럭 20여대만이 연탄을 나르고 있었다. 박 대표는 "지난해는 (연탄을) 하루에 33만장씩 팔았지만 올해는 26만장밖에 안 나간다"고 했다.
따뜻한 날씨 탓이라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날 최저기온은 영하 1.7도였지만 올해는 영상 2도였다. 겨울 한철 장사인데 벌써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5.5% 줄었다. 1분에 72개씩 찍어낼 수 있는 기계 10대도 날씨 때문에 각 생산량을 62개까지 줄였다. 한 시간에 4만3200장을 찍을 수 있지만 3만7200개만 찍어낸다. 기계도 작년엔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부지런히 돌렸으나 올해는 오후 7시쯤 멈춘다.
따뜻한 날씨 탓이라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날 최저기온은 영하 1.7도였지만 올해는 영상 2도였다. 겨울 한철 장사인데 벌써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5.5% 줄었다. 1분에 72개씩 찍어낼 수 있는 기계 10대도 날씨 때문에 각 생산량을 62개까지 줄였다. 한 시간에 4만3200장을 찍을 수 있지만 3만7200개만 찍어낸다. 기계도 작년엔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부지런히 돌렸으나 올해는 오후 7시쯤 멈춘다.

'연탄 두 장쯤이야'했다가 "아이고 허리야"
공장 직원들의 걱정에도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8925㎡(약 2700평)짜리 공장 한쪽에는 석탄이 5m 높이로 산처럼 쌓여있었다. 쌓여있는 석탄을 불도저로 밀어 고르게 부순 뒤 최신식 쌍탄기(한 번에 두 개씩 연탄을 찍어낼 수 있는 기계)에 넣으면 구멍 22개가 뚫린 지름 15㎝, 높이 14㎝짜리 원기둥 모양 연탄이 탄생한다. 석탄이 완전한 연탄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분 남짓. 쌍탄기 10대를 가지고 있는 고명산업은 전국 최대 규모 연탄 공장이다.
공장을 찾은 연탄 판매업자들의 손은 바쁘다. 시간 싸움이기 때문이다. 판매업자들은 트럭을 몰고 하루에도 3~5번씩 공장을 찾는다. 20여분에 걸쳐 트럭에 연탄을 실은 뒤 서울과 경기 일대 연탄이 필요한 곳으로 간다. 공장이 여는 오전 6시가 채 되기 전부터 트럭이 줄을 선다. 이날도 트럭 한 대당 2~4명이 붙어 연탄을 트럭 짐칸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이들이 한 번에 연탄 4장씩을 휙휙 던져 차에 쌓는 모습을 보고 겁없이 상차(上車)를 돕겠다고 나섰다. 연탄이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 난간에 올라서자 한 직원이 말렸다. "상차가 너무 힘들어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찾아왔다가 사흘이면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고 했다. 연탄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두 장씩 포개 나오는 연탄의 아래쪽을 두 손으로 감싸고 팔에 힘을 실었다. '이 정도면 들리겠지' 하고 힘을 줬지만 연탄은 레일 위에서 5㎝도 떨어지지 않았다. 연탄 한 장에 3.6㎏, 두 장을 나르려면 7.2㎏를 들어야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레일 속도는 손보다 빨랐다. 무게에 당황하는 순간 들어 올리려 했던 연탄은 초속 1m로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저 멀리 떠나있었다. 다시 한 번 연탄 두 장을 번쩍 들어올렸다. 등 근육이 찌릿했다. 트럭 짐칸 구석에 연탄을 몰아넣고 10여차례 비슷한 동작을 반복했더니 팔, 허리, 어깨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두 손으로 들면 힘이 더 많이 드니까, 비스듬히 눕혀서 한 손으로 바닥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윗부분을 잡아요." 상차 작업 중이던 판매업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안모(53)씨가 조언했다. 안씨의 시범대로 포개진 연탄을 들어 올렸더니 허리와 팔이 한결 편했다. 안씨는 올해로 3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연탄 찾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
판매업자 대부분은 안씨처럼 경력 30년쯤 되는 베테랑들이다. 이곳을 찾는 판매업자 70여명 중 80%가 50대 이상이라고 했다. 트럭 수십대 사이에서 젊은 얼굴이 보였다. 오전 11시쯤 연탄공장을 찾은 판매업자 최상호(34)씨는 군 제대한 22살때부터 연탄을 떼다 팔기 시작했다고 했다. 올해로 12년째다. 최씨는 "처음엔 얼굴에 검댕 묻혀가며 일하니까 친구들로부터 놀림도 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연탄을 파는 보람도 있다고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집에 배달을 해 드릴 때 유독 고맙다고 인사하는 분이 많다"며 "기부가 아니라 판매인데도 마음이 뭉클해지고 이 일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고명산업 자리는 수십년간 계속 연탄공장이었다. 19년 전 고명산업이 세워지기 전엔 삼천리연탄이 33년간 이곳에서 연탄을 생산했고 그전엔 세화연탄이 연탄을 찍어냈다. 어림잡아도 50년이다. 연탄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1987년엔 서울 18곳, 인천 4곳을 포함해 수도권에만 26곳의 연탄공장이 있었지만 한 둘씩 사 라졌다. 서울 이문동에 있는 또 다른 연탄공장 '삼천리이앤이'는 주민들 민원에 동대문구청과 이전을 논의 중이다. 삼천리이앤이가 경기도 외곽으로 자리를 옮기면 고명산업은 서울 유일의 연탄공장으로 남는다. 박병구 대표는 "아무리 기름이나 가스보일러로 바뀌는 추세라 해도 연탄을 찾는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라며 "연탄 공장이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라고 했다.
공장 직원들의 걱정에도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8925㎡(약 2700평)짜리 공장 한쪽에는 석탄이 5m 높이로 산처럼 쌓여있었다. 쌓여있는 석탄을 불도저로 밀어 고르게 부순 뒤 최신식 쌍탄기(한 번에 두 개씩 연탄을 찍어낼 수 있는 기계)에 넣으면 구멍 22개가 뚫린 지름 15㎝, 높이 14㎝짜리 원기둥 모양 연탄이 탄생한다. 석탄이 완전한 연탄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분 남짓. 쌍탄기 10대를 가지고 있는 고명산업은 전국 최대 규모 연탄 공장이다.
공장을 찾은 연탄 판매업자들의 손은 바쁘다. 시간 싸움이기 때문이다. 판매업자들은 트럭을 몰고 하루에도 3~5번씩 공장을 찾는다. 20여분에 걸쳐 트럭에 연탄을 실은 뒤 서울과 경기 일대 연탄이 필요한 곳으로 간다. 공장이 여는 오전 6시가 채 되기 전부터 트럭이 줄을 선다. 이날도 트럭 한 대당 2~4명이 붙어 연탄을 트럭 짐칸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이들이 한 번에 연탄 4장씩을 휙휙 던져 차에 쌓는 모습을 보고 겁없이 상차(上車)를 돕겠다고 나섰다. 연탄이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 난간에 올라서자 한 직원이 말렸다. "상차가 너무 힘들어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찾아왔다가 사흘이면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고 했다. 연탄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두 장씩 포개 나오는 연탄의 아래쪽을 두 손으로 감싸고 팔에 힘을 실었다. '이 정도면 들리겠지' 하고 힘을 줬지만 연탄은 레일 위에서 5㎝도 떨어지지 않았다. 연탄 한 장에 3.6㎏, 두 장을 나르려면 7.2㎏를 들어야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레일 속도는 손보다 빨랐다. 무게에 당황하는 순간 들어 올리려 했던 연탄은 초속 1m로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저 멀리 떠나있었다. 다시 한 번 연탄 두 장을 번쩍 들어올렸다. 등 근육이 찌릿했다. 트럭 짐칸 구석에 연탄을 몰아넣고 10여차례 비슷한 동작을 반복했더니 팔, 허리, 어깨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두 손으로 들면 힘이 더 많이 드니까, 비스듬히 눕혀서 한 손으로 바닥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윗부분을 잡아요." 상차 작업 중이던 판매업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안모(53)씨가 조언했다. 안씨의 시범대로 포개진 연탄을 들어 올렸더니 허리와 팔이 한결 편했다. 안씨는 올해로 3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연탄 찾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
판매업자 대부분은 안씨처럼 경력 30년쯤 되는 베테랑들이다. 이곳을 찾는 판매업자 70여명 중 80%가 50대 이상이라고 했다. 트럭 수십대 사이에서 젊은 얼굴이 보였다. 오전 11시쯤 연탄공장을 찾은 판매업자 최상호(34)씨는 군 제대한 22살때부터 연탄을 떼다 팔기 시작했다고 했다. 올해로 12년째다. 최씨는 "처음엔 얼굴에 검댕 묻혀가며 일하니까 친구들로부터 놀림도 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연탄을 파는 보람도 있다고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집에 배달을 해 드릴 때 유독 고맙다고 인사하는 분이 많다"며 "기부가 아니라 판매인데도 마음이 뭉클해지고 이 일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고명산업 자리는 수십년간 계속 연탄공장이었다. 19년 전 고명산업이 세워지기 전엔 삼천리연탄이 33년간 이곳에서 연탄을 생산했고 그전엔 세화연탄이 연탄을 찍어냈다. 어림잡아도 50년이다. 연탄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1987년엔 서울 18곳, 인천 4곳을 포함해 수도권에만 26곳의 연탄공장이 있었지만 한 둘씩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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