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베 호디에" 신부님의 라틴어, 청춘을 깨우다
입력 : 2015.10.31 03:00
[서강대 강의 한동일 신부]
동양인 첫 교황청 변호사 "숨쉬는 동안 희망하고 인생을 위해 공부하라"
학생들 "삶의 철학 배워"… 240석 강의실 항상 만원

라틴어는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힌다. 배우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한국에서는 대여섯 개 대학 정도에서만 강의가 개설돼 있을 뿐이고, 그마저도 최소 수강 인원이 차지 않아 폐강되기 일쑤다. 그런 라틴어를 배우겠다고 이 대학 학생들은 대형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한 신부의 강의를 듣겠다고 온 다른 대학교 학생들도 있었다. 연세대 4학년 이모(24)씨는 "한 신부님 강의는 어학 강좌라기보다 철학 강의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 쳐도 영어·중국어를 배우기에도 바쁜 게 요즘 대학생들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한 신부에게 배운 라틴어가 뜻밖에 사회생활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대학 때 이 수업을 들었다는 대기업 직원 한모(33)씨는 "유독 양보하지 않으려는 이탈리아 바이어와 협상을 하다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때 커피 한잔을 하면서 'Do ut des(도 우트 데스·네가 주면 나도 준다)'라고 말했더니 협상이 쉽게 풀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 신부는 교황청 대법원(로타 로마나)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 동양인 중에선 처음이었다. 각국의 천주교회에서 교황청에 상소(上訴)하는 민·형사사건을 처리하는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는 지난 700년 동안 930여명밖에 없었다. 정교(政敎) 협약에 따라 유럽과 남미 등 적지 않은 천주교 국가에선 교회의 판결과 일반 법원의 판결을 동일하게 다뤄 로타 로마나의 판결은 이들 나라의 대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셈이다.
서울 동성고 1학년 때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게서 세례를 받은 한 신부는 지난 2000년 부산가톨릭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교황청 라테란대학에서 3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은 한 신부는 교황청 사법연수원 시험에도 응시해 합격했다. 그때 함께 공부를 시작한 40명의 사법연수원생 동기 중 3명만이 교황청 변호사 자격을 얻었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 강단에 선 한 신부가 지금 학생들에게 라틴어를 가르칠 때 쓰는 교수법도 그때 배운 것이라 한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 묻고 답하기를 반복하는 이른바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이다.
한 신부는 "대학의 정신은 '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논 스콜래 세드 비태 디쉬무스·학교가 아니라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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