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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또 하나의 블루오션, 장애인 예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4. 20. 19:41

또 하나의 블루오션, 장애인 예술

방귀희_솟대문학 대표,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

또 하나의 블루오션, 장애인 예술

 《Weekly@예술경영》301호는 ‘예술경영과 장애인의 날’ 특집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정책 결정 우선순위가 아직 낮은 한국 사회에서, ‘장애 예술 분야의 예술경영 담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따라서《Weekly@예술경영》은 4월 20일(월)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한국의 ‘장애 예술인 문화예술 분야 취업 실태 및 예술단체 운영 현황’을 통해 장애 예술 분야에서 예술경영 논의의 시급함을 진단한다. 아울러, 아티스트들의 창작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짚어보고, 영국의 장애 예술단체 운영 실제와 제반 예술 환경 조망을 통해 한국 장애인 예술경영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시간을 마련했다./통계짚어보기 국내 장애 예술인 취업 분석과 단체 운영 현황/칼럼 장애 예술인 창작 활동의 사획적, 제도적 장벽과 개선방안/해외동향 영국 장애인 공연예술 단체들의 운영 – 재원 조성, 프로그램 개발, 단원 교육 등

인류의 역사는 신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로 발전하였고 현대인은 우주 중심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관심 공간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인간의 인식도 확대되어야 하는데 사람을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갈라놓고 장애가 없다고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편견을 갖고 차별 행위를 하는 것은 인간의 인식이 사회 변화에 못 미치는 미성숙한 상태라는 것을 말해준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인 차별을 경험했던 필자로서는 편견의 본질이 무엇일까 늘 궁금했었다. 편견은 자신에게 불이익 또는 불쾌감이 생길 것 같아서 방어기제로 배제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예술이야말로 이런 편견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장애가 예술에 드러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장애인예술(장애인의 예술 활동)은 그 어떤 분야보다 편견이 심하다. 그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 못해 미스터리였다. 그래서 박사 논문에서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 경험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연구 결과 장애예술인(예술 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예술과 운명적으로 만나 창작 활동에 몰두하여 창작 능력을 갖추고 나면 누가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고통스러운 작업을 계속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예술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다는 것을 탐색해내었는데 그것은 일반 예술인과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해 창작 활동의 본질은 장애가 있든 없든 똑같다.

본질이 같다면 사회적 평가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예술은 낮은 평가로 예술 주류 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배제당하고 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에 환경적 장벽이 있고 그 장벽을 만든 것은 사회적, 제도적 저해 요인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사회적 장벽

장애예술인은 발표에 많은 제약을 받아 작품을 세상 밖으로 선보이지도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학 작품은 출판을 하지 못해 원고 뭉치가 서랍 속에 갇혀 있고, 사회적 배경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신춘문예 등 등용문을 통과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문학이나 미술은 작가의 장애가 드러나지 않게 응모를 할 수 있지만 대중예술을 하는 장애예술인은 사회적 장벽을 더욱 크게 느낀다. 오디션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 말이다. 공연 섭외를 받아 공연장에 찾아갔을 때 장애 상태를 보고 되돌려 보내는 기획사도 있고 보면 장애예술인은 발표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겨우 얻은 발표의 기회도 장애예술인에게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한다. 예술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낮게 평가를 하거나 무관심으로 평가 자체를 하지 않거나 일반 예술과 별도로 취급하여 장애인예술을 특별히 여기는 것은 부정적인 인식의 결과이다. 그런데 장애인예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감동, 뛰어남, 칭찬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그 근저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깔려 있다. 창작 활동의 주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부각시켜 입에 붓을 물고 혹은 발가락에 붓을 끼우고 그린 그림이라고 감동을 하거나 시각장애로 악보를 볼 수 없어 악보를 외워서 연주를 하고 음악을 한 번 들으면 그대로 연주하는 절대음감을 가졌다고 천재적인 재능이라며 비장애 음악인에 비해 뛰어나다고 과도한 칭찬을 하는 것은 예술 자체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한 것을 전제로 한 평가여서 올바른 결과가 아니다.

끝으로 장애예술인들에게 사회적 장벽이 되는 요인은 문화예술 공간의 편의 시설이다. 장애인편의증진법에 따라 공공 문화시설의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고 객석의 일정 비율을 장애인석으로 마련하고 있지만 막상 공연장 무대와 출연자 분장과 의상을 위해 사용되는 대기실로 가는 통로에는 장애인 편의 시설이 전무하여 휠체어 사용자가 무대에 설 경우는 장정들이 들어 올려야 하고 리허설 등으로 장시간 대기실에 머물러야 하는데 화장실에 갈 수 없어서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공연기획 단계부터 장애예술인이 배제되어 장애인예술에 점점 높은 사회적 장벽이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2014년 7월 18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문화상품 개발 및 장애인 문화예술 진흥 등에 대해 상호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적 장벽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는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되면서 제도적 틀을 갖추게 되었다. 장애인의 노동권 확보를 위한 장애인고용촉진법, 장애인의 생활 안정을 위한 장애인연금법, 장애인의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최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발달장애인지원법 등으로 장애인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예술인의 창작권을 보장해주는 독립 법률은 물론이고 장애인의 기본법인 장애인복지법에도 장애예술인의 창작을 지원한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장애예술인은 창작 활동에 그 어떤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예술인은 창작 활동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과 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활동보조인(art worker) 서비스 그리고 마음 놓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 마련 등을 제도화하여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장애인예술 정책의 부재로 제도적 장벽을 절감하고 있다.

장애인 문제는 인식의 전환으로도 능히 해결될 수 있지만 지체되고 있는 인식을 기다릴 수만은 없기에 제도로 안정 장치를 마련해야 장벽이 허물어질 것이다.

개선 방안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았다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장애인예술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장애예술인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장애예술인의 수월성 확보를 위해 전문예술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둘째, 장애인예술에 대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장애인예술이 전문 예술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대국민 홍보와 함께 예술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 셋째,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 장애예술인의 창작이 직업이 되지 못하고 있어 경제적 어려움으로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데 지장을 받기 때문에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창작 지원금제도나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예술 분야도 포함시키는 장애예술인 고용제도, 장애인예술 전문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인예술을 일정 비율 구매하거나 출판, 전시, 공연 등에 기회를 의무화하는 장애인예술 공공쿼터제 등의 내용을 담은 법률이 필요하다. 넷째, 장애예술인의 공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애인예술회관 건립이 필요하다. 예술 공간은 장애인예술의 구심점이 되어 장애인예술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장애인예술의 교육, 창작, 발표, 시장 등의 역할을 하게 되는데 다행히 올 상반기에 서울 문화의 거리 대학로에 장애인문화예술센터가 개관을 앞두고 있어서 공간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예술이 발전하면 장애예술인은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장애인 복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경감된다. 그만큼 국민 세금이 절약되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예술이 발전하면 국가 브랜드가 높아진다. 선진국 이미지가 분명해지고 문화국민으로서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힘을 갖고 있는 장애인예술은 우주 시대 지구인들에게 또 하나의 블루오션이라고 확신한다.

 

▲ 제3회 대한민국 장애인음악제(2013년 4월 20일)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왼쪽)과 2012 장애인 문화예술축제 <에이블 아트 콘서트>에 참가한 아티스트들(오른쪽).

 

사진제공_필자

 

필자사진_방귀희필자소개
방귀희는 1957년에 태어나 돌 때 소아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며 일반 교육과정을 거쳐 숭실대학교에서 장애인예술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작가 31년, 솟대문학 발행인 25년의 경력 외에 대통령 문화특보,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 숭실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등의 활동을 하며 장애인문화예술 전문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