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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문화예술 단체의 기능과 역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6. 1. 13:13

 

문화예술 단체의 기능과 역할

 

나호열(시인, 문화평론가)

 

 

21세기 벽두, 우리 사회에 회자되는 화두를 꼽아 본다면 문화, 소통, 그리고 힐링Healing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이루어진 민주화와 후기산업사회로 이행되어 오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 부조리는 극심한 개인 간의 경쟁과 삶의 질에 있어서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위에 언급한 세 가지의 화두는 여전히 시급하게, 절실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문화 文化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문文의 상황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삶의 기본적 욕구인 의식주의 보전 保全을 넘어서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양식樣式을 본능적 삶에 덧입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삶의 의미를 고양하는데 있어 으뜸으로 중심에 서는 것이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소통 疏通이란 무엇인가? 뚫린 곳을 시원하게 뚫어 서로 통하게 한다는 것은 작금의 우리사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문화 활동이다. 가족 간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 권력과 민중, 세대와 세대 사이, 더 나아가 창작자와 향수자 간의 소통은 문화의 혈맥을 시원하게 이어주는 예술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다.

 

힐링Healimg은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해 있는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처방이다. 엄밀히 말해 힐링은 자기치유인 것인데, 저명한 성직자들의 저서와 강연, 올레길로 촉발된 전국적으로 확산된 둘레길 여행 등을 통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활동을 말한다. 여기다가 보편화된 경제적 여유로 말미암은 이러한 활동 중에서도 예술 활동에의 직, 간접적인 참여가 가장 강력한 힐링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는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의 중심에 예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추세와 역방향으로 그동안 우리 문화예술계를 이끌어 왔던 몇몇 단체들의 역할은 예전에 비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지나친 이념지향적인 성향에 경도되는 것도 문제지만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단체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지 못한 상태로 단체의 이익에 몰두하게 되면 예술을 문화의 전면으로 추동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나 뮤지컬 같은 공연산업이 호황을 이루고 있는 이면에 다수의 예술인들이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역설에 대해 문화예술단체는 국가나 지방정부에 강력한 개선 요구를 구체적 방안 제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반 대중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을 부단히 계속해야 할 것이다. 과연 이런 역할에 대해 현재의 문화예술단체들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의 문화지형도는 급격히 변화해 왔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민간기구화 되었으며, 각 지방정부는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지역문화 창달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신진예술가들은 기존의 예술가들과 달리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단체에 소속되는 것을 기꺼워하지 않는다. 중앙과 지방간의 정보의 교류, 지역과 지역 간의 네트워크는 생각만큼 원활하지도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다. 이런 까닭에 예술현장은 여전히 힘든 보릿고개를 넘어가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대의 문화예술단체인 한국예총은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정책화하는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을 비판, 감시하는 역할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할 책무가 있다. 단순한 연대 連帶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한국예총을 구성하는 10개의 협회와 지역 예총은 새로운 문화시대를 열어가는 방향성을 공유해야하고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안을 창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급하다고 해도 예총의 정체성과 새로운 문화예술 지형도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한국예총과 지역예총 간의, 협회와 협회간의 긴밀한 정보의 교류와 교환을 통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에 그칠 우려가 높다. 지역문화 창달에 필요한 예술프로그램의 계발과 제시, 회원의 예술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기관 설립도 장기적 안목에서 구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필요한 일은 예술이 대중 속에 들어가 문화의 주체로, 힐링의 대안으로 소통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권력은 무상하지만 예술은 영원히 살아있는 삶의 실체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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