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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자락길 6자락 '온달평강 로맨스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5. 10. 21:06

 

신라군을 막아라! 1500년 전 고구려 온달장군의 흔적이…

[중앙일보] 입력 2014.05.09 00:03

[그 길 속 그 이야기] 49 충북 단양 소백산자락길 6자락 '온달평강 로맨스길'

신록 드리운 소백산 자락을 걸었다. 5월의 신록은 푸르지만 않았다. 의외로 알록달록했다. 단풍보다도 화려했다.

오랜만에 소백산 자락에 들었다. 미끄러운 곡선을 그리는 마루금을 걸은 건 아니었다. 비로봉(1440m) 정상에서 내리뻗은 산자락 안에 들어가 이틀을 걸었다. 그 이틀 내내 비가 내렸다. 이 산자락 어디엔가 묻혔다는 고구려 장수 온달을 추억했다가 한 달 가까이 통곡이 그치지 않는 남도의 바다를 떠올렸다. 온몸이 젖었어도 비가 싫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비를 맞으며 걸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빗줄기 아래에서 연둣빛 신록이 서럽게 흔들렸다. 눈앞이 자꾸 흐려졌다.

소백산자락길에 대하여

소백산(小白山)은 이름과 달리 큰 산이다. 소백산 자락이 덮은 땅이 322㎢가 넘는다(국립공원 기준). 우리나라에서 지리산과 설악산 다음으로 큰 산이 소백산이다. 이 큰 산의 허리를 따라 한 바퀴 도는 길이 소백산자락길이다. 행정구역으로 경북 영주시와 봉화군, 충북 단양군과 강원도 영월군, 3개 도 4개 시·군에 걸쳐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 둘레길은 세 개가 있다. 지리산둘레길과 북한산둘레길, 그리고 소백산자락길이다. 이 세 길 중에서 소백산자락길이 가장 길 본래의 꼴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은 산림청이 관리하는 길이어서 지리산국립공원 안으로 한 발짝도 들어가지 않는다. 반대로 북한산둘레길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조성한 길이어서 국립공원 안에서만 길이 맴돈다. 그러나 소백산자락길은 국립공원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주민이 앞장서고 중앙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맞잡았기 때문이다. 소백산자락길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선정됐다.

소백산자락길은 12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전체 길이가 143㎞에 이른다. 2009년 1코스를 열었고, 2012년 12코스가 개장하면서 소백산을 에우는 장거리 트레일이 완성됐다. 소백산자락길은 길 이름에 코스 말고 자락을 붙인다. 1자락, 2자락, 소리 내 불러 보니 정이 간다.

소백산자락길의 어법대로 말하면 week&은 6자락을 걸었다. 소백산자락길은 본래 소수서원이 있는 1자락이나 죽령을 넘는 3자락이 더 유명하다. 하나 이번엔 6자락을 걸어야 했다. ‘대한민국 걷기여행길 종합 포털안내’의 5월 주제가 ‘가족이 함께 걷고 싶은 길’이었고 난이도나 주변 명소 등을 고려해 6자락을 골랐다. 길도 인연이 닿아야 걷는 법이다.

온달 장군을 추억하다

 

온달산성에 오르면 남한강 굽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소백산자락길 6자락은 단양군 가곡면 고드너머재에서 임도를 따라 화전민촌과 온달산성을 지난 뒤 마을로 내려와 영춘면 영춘면사무소까지 이어진 13.8㎞의 길이다. 고구려 장수 온달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해서 ‘온달평강 로맨스길’이라고도 불린다.

온달 이야기는 허황된 게 아니다. 전래동화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로 더 익숙한 온달(?∼590)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실존인물이다. 고구려 평원왕과 영양왕 때 장수로, 중국 북주(北周)가 침략했을 때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삼국사기』 ‘열전 온달편’에 따르면 온달은 계립현과 죽령 서쪽의 땅을 되찾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왕에게 맹세한 뒤 출정해 아단성(阿旦城) 아래서 신라군과 싸우다가 화살에 맞아 전사했다.

 

온달 오픈세트장. ‘정도전’을 비롯해 수많은 TV 사극을 촬영했다.
계립현이 충북 충주의 하늘재고, 죽령은 소백산자락길 3자락에 있는 고개이니 온달이 이 근방 어디에서 신라군과 전투를 벌인 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어디에서 죽었느냐, 다시 말해 아단성이 어디냐를 두고 서울의 아차산성과 단양의 온달산성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단양은 온달산성에서 고구려 유적이 발굴됐고 『삼국사기』에서 온달산성이 있는 영춘면을 을아단현(乙阿旦縣)이라 기록했다는 사실 등을 거론하며 온달이 여기서 죽었다고 주장한다. 단양군 향토사학자 윤수경(65)씨의 설명이다.

“6자락이 시작하는 고드너머재가 원래는 고드미재였어요. 고드미재는 ‘곧오미재’에서 나온 말이고요. 곧 온다, 신라군이 곧 온다는 뜻이지요. 화전민이 터를 잡고 살았다는 방터도 고구려 군사의 주둔지이자 전쟁터였고요.”

길을 걸으면서 듣는 옛날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안타까운 사연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마침 비가 제법 내렸다. 숲에 접어드니 신록이 춤을 추고 있었다. 눈앞의 세상이 온통 연둣빛으로 번졌다. 

가장 아름다운 마을

소백산자락길 6자락은 사실 옛길이 아니다. 길의 대부분이 깊은 숲을 지나지만 1980년대 이후 개발한 임도를 따라 길이 나 있다. 이 깊은 숲에 80년대 초반까지 화전민이 살았다는데, 길에 흔적이 남아 있지는 않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걷기에는 정말 좋다. 고드미너머재에서 임도로 접어들었을 때 잠깐 오르막이 나오고 다음부터는 내내 내리막이다. 해발 540m의 고드미너머재에서 시작해 남한강가에 있는 영춘면사무소에서 6자락이 끝나니까 소백산 자락에서 강가로 내려오는 길이라 생각하면 틀림없다.

 

단양군이 옛 화전민촌을 복원해 화전민 체험장을 만들었다. 지금은 숙박 체험만 가능하다.

 

말끔히 복원한 화전민촌을 지나 온달산성에 다다랐다. 높이 10m의 웅장한 석성(石城)이 눈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둘레가 683m라고 했다. 아단성이 이 성이 맞다면 온달은 이 산성을 짓고 신라군과 싸우다 죽었다. 산성에 오르니 남한강 물굽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 1500년 전 온달은 이 산성에 서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죽음을 생각한 건 아닐까. 전설에 따르면 죽은 온달은 여기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온달산성에서 나와 걸음을 재촉한다. 이제는 포장도로 옆을 걸어야 한다. 그래도 괜찮다. 차가 워낙 드물다. 왼쪽 아래로 시야가 확 트인다. 소백산 자락이 훤히 펼쳐지고 산자락 아래로 작은 마을이 폭 파묻혀 있다. 1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최가동이다. 최씨가 많아 살아서 최가동이 아니다. 최고로 아름다운 동네(最佳洞)이라는 뜻이다. 신라와 고구려가 마을 바로 뒷산에서 전쟁을 벌이는데 이 마을은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평화로웠단다. 아무래도 온달이 여기서 죽은 게 맞는 것 같다.

◆길 정보=(사)영주문화연구원(sanjarak.or.kr)이 소백산자락길 본부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054-633-5636. 소백산자락길 6자락은 단양군에서 관리한다. 단양군청 문화관광과 043-420-2555. 6자락은 교통이 불편하다. 자동차로 6자락 시작점인 고드너머재까지 간 다음 길을 걷고 나서 종점 영춘면사무소에서 택시를 부르는 게 속 편하다. 단양 개인택시 043-423-6699.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길가에 이정표가 500m마다 서 있는데 이를테면 ‘6-5’라는 숫자는 6코스 시작점인 고드너머재에서 5㎞ 지점이란 뜻이다. 단양군청이 화천민촌을 숙박체험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모두 9동으로, 크기에 따라 숙박요금이 다르다. 6만∼10만원. 043-423-3117. 온달산성 아래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입장료(어른 5000원)까지 내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 단양군청 옆의 대명리조트 단양(daemyungresort.com)이 7월 17일까지 아쿠아월드 입장권과 조식권 각 2장을 포함한 패키지를 판매한다. 주중 12만2000원. 1588-4888.

‘이달의 추천 길’ 가족이 함께 걸어보세요


week& 연재 기획 ‘그 길 속 그 이야기’가 ‘대한민국 걷기여행길 종합안내 포털(이하 걷기여행길 포털)’과 함께 이달부터 ‘이달의 추천 길’을 소개한다. 걷기여행길 포털이 매달 주제에 따라 트레일 10개를 선정하면, week&이 이 중에서 1개 트레일을 집중 소개한다. 5월의 주제는 ‘가족이 함께 걷고 싶은 길’로, 충북 단양의 소백산자락길 6코스 ‘온달평강 로맨스길’ 등 10개 트레일이 선정됐다. <표 참조>

이번에 선정된 트레일의 상세 내용은 걷기여행 포털(koreatrails.or.kr)에서 이달 중순 이후 확인할 수 있다. 걷기여행길 포털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의 트레일을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전국 540개 트레일 1360개 코스의 정보를 구축한 국내 최대의 트레일 포털사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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